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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Oct 21. 2020

11. 사랑의 스튜디오

돼지를 부탁해

야생 수퇘지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한다. 암컷과 새끼 돼지들만 무리 생활을 한다. 여기의 삼 남매 돼지는 잠잘 때, 수영할 때를 빼곤 서로 살을 대지 않았다. 같이 살지만, 1인 가구 생활. 배고픔과 '물욕(水)'이 해결된 뒤로, 곧 흘레를 시작하였다. 수퇘지는 생후 5, 6개월부터 성적으로 활성화된다. 암퇘지도 이때쯤부터 발정기를 시작하며 생식기와 다른 샘을 통해 수퇘지를 끄는 암내를 풍긴다. 백일이던 돼지들이 이곳에 온 지 2개월이 흘렀다. 그러니까 한창 활발할 나이였다.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님의 충격이 이런 것일까. 


짝짓기는 서로를 향한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시작된다. 약간의 얼쩡거림과 미묘한 집적거림의 시간. 잠시 후 수컷이 암컷의 등 위로 올라탄다. 돼지 울타리 속을 보다 깜짝 놀라기 일쑤다. 암퇘지와 수퇘지끼리가 보통의 관례였다. 가끔은 수컷과 수컷끼리도 교미를 했다. 수퇘지끼리 하기도 한단다. 물론 거사가 성사되지는 않는다. 올라타기만 할 뿐이었다. 때론 앞, 뒤 거꾸로 올라타기도 한다. 발정기가 끝나니 암퇘지가 수퇘지를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 수퇘지는 강요하지 않았다. 수퇘지끼리의 교미가 빈번해졌을 뿐이다. 덕분에 갈 곳 잃은 수퇘지의 성기를 볼 수가 있었다. 수컷의 성기는 가는 꼬챙이처럼 생겼다. 20cm 길이에 손가락 굵기 정도,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뽑는 모양으로 생겼다. 스크루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나왔다. 암퇘지 자궁경관도 스크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한다. 


돼지에게 교미는 감정의 영역이 아닌, 호르몬의 영역 같아 보인다. 홀레는 “꿀-, 꿀-, 꿀-.”스타카토의 짧고 조용한 소리를 내며 진행된다. 흥분의 음역대라기보단, 탐구의 음역. 복잡한 성기 모양 탓에 결합에 애를 먹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위에 올라탄 돼지의 집중과 아래에 있는 돼지의 무심한 표정 속에 교미가 이루어진다. 인간의 마찰에 의한 사정과 다르게 돼지는 질 내에서 압력을 받으면 사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수정사에 의한 인공수정은 아무래도 산업적인 느낌이 강한데, 자연 교미는 어쩐지 신비하다. 오묘한 분위기 형성부터 교미 종료까지 다 하면 10분 정도. 그저 올라타고만 있는 것 같이 가만히 있는다. 하지만 입에 허연 거품이 나오고 있다! 수퇘지는 평생의 과업을 끝낸 듯 하얗게 타버린다. 다른 한 켠으로 (몇 걸음 못) 걸어가 뻗어버린다. 풀썩. 거품을 뚫고 깊은 한숨이 나온다. 알고 보니, 그냥 거품이 아니라, 암컷을 유혹하는 페로몬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실속 있다. 아, 그런데 새끼가 태어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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