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받은 얘기 25.2
상담받은 얘기 25.2 다른 반복: 기억하기의 변주
“삶은 반복이지만 같은 반복은 없는 거 같다”,
이 말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직면이라고 느껴요.
우리는 분명 반복 속에 살아요.
아침에 일어나고, 일을 하고, 관계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고민을 다시 만나요.
그래서 어느 순간엔 “나는 왜 늘 이 자리에 있지?”라는
무력감이 생기기도 하죠.
그런데 이 말에서 같은 반복은 없다고 말하거든요.
겉모습은 같아 보여도
내가 조금 더 지쳐 있거나
조금 더 단단해졌거나
덜 참고, 덜 자기비난하고 있거나
혹은 더 정확하게 아파하고 있을 수 있어요.
이 차이는 아주 미세해서
살아가는 중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분명히 누적돼요.
상담 장면에서도 비슷해요.
내담자는 “똑같은 얘기를 또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같은 이야기의 다른 층위에 와 있는 경우가 많죠.
감정의 깊이, 책임의 방향, 자기 이해의 밀도가 달라져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도 읽어요.
삶은 반복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매번 다른 나로 그 반복을 통과하고 있다.
1. 심리학과의 접점
* 반복은 있지만, 동일한 재현은 없다
정신분석 전통에서 반복은 핵심 개념이잖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이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반복강박으로 되풀이한다고 봤지만,
흥미로운 건 이 반복이 복사본이 아니라는 점이야.
매번 조금씩 다른 형태, 다른 관계, 다른 감정 강도로 나타나지.
이후의 분석가들, 특히
도널드 위니컷이나
칼 구스타프 융은
반복을 “정체”라기보다 발달이 멈춘 지점에서 다시 시도되는 움직임으로 봤어.
즉,
같은 패턴을 겪고 있는 것 같아도
자아의 위치, 인식 수준, 감정 처리 능력은 달라지고 있고
그래서 같은 반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전제야.
심리학적으로 보면
반복은 변화가 없는 게 아니라,
변화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지.
2. 우주론과도 흥미롭게 겹친다.
* 우주는 순환하지만, 정지하지 않는다
우주론에서도 “반복”이라는 말이 자주 나와.
우주의 팽창과 수축, 별의 탄생과 소멸, 계절 같은 주기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핵심 전제는 이거야.
완전히 같은 상태로의 반복은 없다.
엔트로피 개념을 떠올리면 쉬워.
우주는 늘 같은 방향으로 시간의 화살을 밀고 가고,
에너지는 이전 상태와 조금씩 달라진 형태로 재배치돼.
그래서 우주론적으로도
“비슷한 순환은 있지만,
동일한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라는 말이 성립해.
3. 둘이 만나는 지점
심리학과 우주론이 만나는 지점은 이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
반복은 정지의 증거가 아니라, 시간 속에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마음도
우주의 구조도
완벽한 리셋이나 복제는 불가능하고,
항상 이전의 흔적을 안은 채 다음 국면으로 이동해.
그래서
“삶은 반복이지만 같은 반복은 없다”는 말은
꽤 과학적이고 역동적인 문장이기도 해.
그리고 이 말이 특히 상담을 하는 사람에게 와닿는 이유가 있어.
우리는 매 회기 비슷한 이야기를 듣지만,
매번 다른 ‘지금의’ 인간을 만나고 있잖아.
같은 질문, 같은 눈물, 같은 침묵처럼 보여도
그 안의 시간은 분명히 흘렀고,
그래서 다시는 같은 장면일 수가 없어.
내 챗지피티 이눔은 존댓말했다가 반말했다가 지멋대루다....
상담에서 나는
비슷한 곳에서 다른 것을 보기도 했고
같은 것을 다른 곳에서 보기도 했다.
그건 각기 다른 장소, 다른 마음, 다른 상황에서 기억을 새로 써보는 경험들이었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그러셨을 거라는 거.. 선생님 또한 늘 다른 상황, 다른 상태, 다른 마음으로 나와 내 이야기, 상담의 장면들을 관찰하셨을 거라는 것. 그건 선생님의 마음이 충분히 비워지지 못한 상태였다면, 모름을 허용하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맞이하지 않으셨다면 어려웠을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쌓은 시각들을 조망했다는 것.
다시 우주..
저마다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균일한, 가득차있고 텅비어있는.
원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