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정말 몰랐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그리운 시간이 될 줄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그 시간 속에서 행복할 거라는 그리고 더 잘할 거라는 보장 따위는 하지 못한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움으로 예쁘게 포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번 주고받은 적 없지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그녀는 나를 품에 안은 그 순간부터 온몸을 다해 나에게 사랑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땐 몰랐다. 나에게 온몸으로 말해주는 그녀의 언어를 그것들을 알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그녀도 엄마가 처음이었던 것처럼 나도 딸이 처음이었다. 서로가 처음이라 우리는 많은 것을 표현했지만 서로 그것들을 다 이해하진 못했다. 사소한 오해도 분명 있었다. 그러한 오해도 다 받아주었던 그녀가 미친 듯이 보고 싶다.
특별한 말이 아니라 밥은 먹었는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사소한 시시콜콜한 것들. 별것 아닌 일에 기분 상했더라도 말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지나 보니 다 멋진 추억이라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멋진 여행을 함께 가야만 멋진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지나고 나니 멋진 추억이 되어 있더라. 함께할 수 없는 만큼 그리움이 더욱 짙어져 간다. 모든 것들이 곤히 잠든 새벽, 잠에서 깨어 눈이 떠졌을 때, 문뜩 전날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간 놀이터에서 손녀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들에겐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생기는 하루하루가 부러워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마냥 부러워하기엔 그녀가 나에게 주고 간 시간이라는 소중한 선물이 나에 앞에 놓여있기에 그렇게 있지 않기로 했다. 나의 그리움을 펜 끝에 담아 잉크가 다 닳을 때까지, 이 세상의 종이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글로 옮겨내고 싶어 졌다.
그녀가 떠나간 이 자리에서 그녀가 남기고 간 것들을 하나씩살펴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볼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으리.
우리는 저마다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이별을 경험할 것이다. 이별은 슬프지만 분명 그것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슬픔에 빠져 마냥 허우적거리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잠시, 그 슬픔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2021년 3월 6일
소뇌위축증으로 투병 중인 저희 엄마가 밤하늘에 예쁜 별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나갔습니다.
지나고 나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몰랐던 것들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꼭 아시고 소중한 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저희 엄마 이야기를 이제부터 펜 끝으로 옮겨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