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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Feb 07. 2024

길을 걷다.

비우기, 채우기.


같은 길이라도 언제 걷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길이라도 나의 기분이 어떠냐에 따라 보이는 것들이 다르다.


며칠 전, 눈이 많이 오고 난 뒤, 새벽.

집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집에서 3분 거리의 아주 작은 공원을 지나는데

눈이 쌓인 그 모습이 다른 날과 다르게 웅장해 보였다!

사실, 나는 이 동네가 너무 싫었다.

우선 제일 먼저 집이 싫었다.

빌라에 산다며 본인보다 경제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사사건건 비꼬며 날 힘들게 했던 한 여자.

어른이 되어서 본인딸위주로 돌아가는 관계를 만들어 내 아이에게 소외감을 선물한 여자.

아이들을 본인집에 데리고 가서 어떻게 놀길래 놀러만 갔다 하면 그 아이들 중 몇몇은 내 아이에게 절교선언을 해댔다.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너무 당해서 이젠 생각조차 하기도 싫어졌다. 나와 아이에게 달라붙은 거머리를 빨리 떼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아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눈이 쌓은 주변의 것들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여느 날과 같은 길이었지만,

자연의 멋진 풍경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다른 것을 보게 되거나 더 이상 그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한없이 쳐다보고 있으면 그 문제는 점점 더 내 코앞에 다가오는 것 같다.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불속에서 웅크려있다면 이불을 걷어차버리고 밖으로 나아가 만보, 아니 단 1시간이라도 걸어보자. 그러면 가슴이 뻥 뚫리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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