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작되는 명절.
나는 솔직히 어릴 적부터 명절이 싫었다.
매번 명절만 되면 친척들로 인해 부모님은 크게 싸웠고
한바탕 난리가 난 집에서 깨진 그릇들을 치우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명절만 되면 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매번 우리 집을 싸움판으로 만드는 그 얼굴들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엄마는 쟁반에 밥과 반찬을 가져와서 주셨고 나는 명절에는 그렇게 방에서 TV를 보며 연휴를 보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결혼을 했고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3년 전 우리 엄마는 요양병원에 있다가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까지.
나는 매일 덕소에서 보문동까지 엄마를 만나기 위해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이제는 보문동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왕복 3시간 넘게 다니던 길을 이젠 1시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젠 그곳에 우리 엄마가 없다.
얼마 전 새벽, 엄마가 미친 듯이 보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래서 걸어서 가봤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길을 몰라 지도를 보며 걷고 또 걸었다. 신내동에서 보문동까지 9km. 왕복 18km를 걸었다.
그냥 엄마가 미친 듯이 보고 싶어서 걷고 또 걸었다.
하루 4시간 20분 걷기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18km 걷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제는 볼 수가 없어 그립고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