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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Feb 16. 2024

투명우산

비 오는 날 걷기.

예전엔 몰랐다.

옷 젖는 것이 싫어서 비 오는 날이 마냥 싫었다.

우연히 투명우산을 쓰고 걷게 되었다.

투명우산을 쓰고 걸으니 빗방울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우산에 떨어져 맺힌다. 그 모양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다이아몬드 보다 더 반짝이며 빛이 난다.


빗방울이 토독토독 우산 위에 떨어지는 소리는 나에게 속삭이는 말 같기도 하고, 한곡의 노랫가락 같기도 하다. 빗방울이 들려주는 소리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을 걸어본다.

가끔 들려오는 자동차소리, 사람들의 발걸음은 빗방울의 연주에 추임새 같다.


투명우산 속으로 보이는 세상은 마치 한 편의 명화 같다. 풍경이 멋진 것은 아니지만 풍경 속에 내가 걷는 시간이 함께 담겨 마음속 깊이 어떠한 말로 표현 못할 굳이 표현하자면 편안한 행복을 준다.

비가 오는 상황은 똑같다. 비는 언제 올지 모르지만 반드시 온다. 하지만 내 생각을 조금 바꾸고 시선을 조금 돌렸을 뿐인데 예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고 비 오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천으로 된 우산을 쓰고 걸을 땐 이 작은 하천에 오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투명우산을 쓰고 걸으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리들도 보였다.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나에게 투명우산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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