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과 함께 나의 주변도 바뀌었다.

독일생활 내내 나를 이끌어준 건 그 수많은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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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6년 9월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독일 유학기. 독일어라고는 1도 모르던 내가, 대학 입학을 위한 어학시험에 합격을 하고, 뿌린 대로 거둔다고, 늦어질 대로 늦어졌지만 결국은 건축 매니지먼트 과정 석사 졸업까지. 바로 그 한 장의 졸업장을 받기까지 무려 6년 하고도 5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이 여정을 마무리한 저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지만, 무언가 분명 달라졌습니다. 졸업장을 손에 쥐고 나서 가장 먼저 바뀐 건 제 신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석사 논문을 쓰며 Werkstudent로 일했던 건축사사무소에 정식으로 채용되었고, Arbeitvisum—노동비자를 받게 되었죠.

공식적으로 저는 이제 유학생이 아니라 외노자가 되었습니다. '외노자'라는 표현이 조금은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외국에서 노동하며 사는 사람, 바로 그게 지금의 제 모습이니까요. 의사든 교사든, 공무원이든 교수든, 외국인으로서 일하는 우리는 결국 외노자입니다. 그러니, 그 단어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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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직장 생활. Werkstudent 시절부터 함께해 온 팀 덕분에 다행히도 저는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부족한 독일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불편함도 그들은 기꺼이 감수해 주었고, 그런 환경 덕분에 일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듯,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업무 그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아내가 먼저 독일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할 때, 동료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동료들은 저에게 행운과도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 독일 생활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학원생이던 시절에는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있었고, 대학에 들어가자 주변엔 대부분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을 하고 직장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주변도 직장인들로 채워졌습니다. 개인의 상황이 바뀌면, 주변도 바뀌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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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변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제게 남긴 영향력이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언제나 동기부여를 줬고, 고비마다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어줬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독일에서 사람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인종차별도 거의 겪지 않았고, 오히려 안전하고 따뜻한 경험들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건 결국, 제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가의 차이였겠죠. 무엇보다 감사한 건, 제 주변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시험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졸업까지 수년이 걸려도, 그들은 결국 해냈습니다.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저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만약 제 곁에 늘 불평만 하는 사람들,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저도 어느 순간 그 흐름에 휩쓸렸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누구와 함께 했는가’가 독일 생활의 모든 것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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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는 수많은 이들과 크게, 또 작게 상호작용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에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제게 원동력이 되어준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한 얼굴로 남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독일에서의 나의 삶을 완성시킨 건 종이 한 장의 졸업장이 아니라, 수많은 얼굴들이 남긴 따뜻한 흔적이었습니다. 저 또한 따뜻한 얼굴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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