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목원은 1시간 반 정도면 여유롭게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편입니다. 그리 넓진 않지만 아기자기 하니 가을을 느끼기에도, 걷기에도 무척 좋은 곳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억새도 많아 따로 억새축제를 가지 않아도 되겠다며 같이 간 친구들이 좋아했네요. 연잎이 있는 호수 쪽 데크를 걷다 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충분히 있어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가을 햇살을 즐기기에도 딱이었습니다.
어디 멋진 유럽식 정원 남부럽지 않은 풍경입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하늘 흩날리니까 한 친구가 너무 좋아하네요. "나 코스모스 너무 좋아하잖아." 하며 연신 사진 찍느라 바쁩니다. 이곳 기차 철길도 방송을 타서 꽤 유명해졌더라고요. 서울에서 기찻길이라니, 참 재밌죠. TV에서 본 데라며 아이들이랑도 와야겠다고 소녀처럼 즐거워합니다.
아,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었군요. 수목원 정문 쪽에는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조명도 설치가 되어 있는 걸 보니 밤에 보면 더 분위기가 날 것 같아요. 모닥불 연출 등의 야외 분위기를 보니 갑자기 막 캠핑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린이집에서 온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놉니다.
학생 식당에서 먹은 함박스테이크
수목원 후문으로 나오면 대학교가 가까이 있어요.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고민하다 대학으로 들어가 봤어요. 같이 간 친구들은 아줌마가 들어가 사 먹어도 괜찮을까 반신반의합니다. "여기는 아줌마 대학원생도 많으니 괜찮아. 혹시 교수처럼은 안보일래나? 하하." 대학 때부터 학생회관 식당을 좋아했던 전 주저하지 않습니다. 대학 식당은 특히나 가성비가 좋잖아요. 지나가던 친절한 재학생한테 물어물어 식당을 찾았습니다. 4900원의 함박스테이크, 참 괜찮쥬.
자기야,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
같이 간 친구들은 즐거운 나들이었다며 깜짝 이벤트를 제안한 제게 저런 말도 해주네요. 데려간 곳을 상대방이 흠뻑 만끽해주니 저도 즐겁습니다. 싱그러운 대학 교정도 거닐어 보는 등 새로운 걷기 장소는 이 기나긴 걷기 여정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