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와보니 유난히 길에 떨어진 나뭇잎이 많이 보이네요. 다음 주쯤이면 길가에 수북이 쌓여 가을 장관을 연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낙엽을 사각사각 밟으며 걷는 느낌은 또 어떨까요.
올 가을은 넉넉하고 풍성한 트렌치코트가 유행인가 봐요. 멋스럽게 입은 분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가을길을 트렌치코트 휘날리며 걸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오늘은 동네에 있는 다른 공원을 걸었어요. 더 넓은 곳이라 한 바퀴 도는데도 좀 시간이 걸립니다. 이곳에서는 공원 트랙을 걷는 것보다 둘레길을 걷는 게 훨씬 좋아요. 공원 주위 나무 사이로 흙길을 걸으니 살짝 산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산을 좋아하는 어느 지인은 집 근처 공원에서 걷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그 이유가 도심 속 작은 공원에서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 별로랍니다. 마치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도시에 이 정도 공원이 있기에 그나마 소소한 걷기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저로서는 트랙 도는 것마저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술 더 뜨자면 집과 가까운 도시공원을 예찬할 정도이니까요.
구청 건물에 붙어있는 글귀
오늘은 공원을 걷다 예쁜 글도 읽었어요. 계절별로 구청 건물 외벽에는 글이 올라오는데 이번 글은가을이랑, 바로 지금 낙엽 시기에 딱인 것 같아요. 잎을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선이 대단합니다. 이렇게 감성적인 글이 부조리의 작가 알베르 카뮈 글인 것이 참 생소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커피 한 잔과 아기자기한 서점 입구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뜻밖의 커피 공간을 새로이 만나 따뜻하게 커피 한 잔 했어요. 또 동네 서점도 보여 문득 떠오른 아이들 노트도 좀 사고요.
전 월요일과 목요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꼭 걷는 날로 정했는데요. 그중 오늘 같은 월요일은 좀 걸으러 나오기 힘든 요일이긴 합니다. 학교 가는 학생도 아니고 지친 직장인도 아니지만 주부도 월요병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특정한 요일을 정하는 것이 걷기나 운동을 하기에는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 날은 따로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자체 강제 효과도 있고요.
찌뿌둥한 월요일이라도 이리 나오니 새로운 곳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었고요. 좋은 글도 알게 됐습니다. 햇볕은 저를 더 건강하게 또 기분 좋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