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해지는 오후 시간 주전부리가 필요하다. 건강을 위한 견과류 한 줌을 준비했다.
1킬로그램 봉지, 500그램 봉지를 사서 조금씩 소분했다. 요리가 아니다, 아주 편하다. 그래도 퇴근 후 한 시간 이상 앉아 봉지에 넣고 넣고 또 넣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홀로 벌이는 사투. 나는 왜 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문했을까 하소연도 하며 작은 봉투에 이것저것 넣었다. 호두, 땅콩, 아몬드, 피스타치오. 견과류만 먹으면 너무 텁텁하고 심심하니까 크랜베리까지 알차게 준비했다.
엄마표 하루 한 줌 견과류! 다 만들고 나니 뿌듯하다. 식구들 입으로 하나 둘 들어가니 더욱 보람차다.
호두를 안 먹던 복실이도 식성이 바뀌었는지 호두부터 찾는다. 땅콩은 껍질이 있어 다음번에는 껍질 없는 것으로 부탁한다. 피스타치오는 까먹기 귀찮지만 누구든 다 까먹는다. 당절임 크랜베리가 달달하니 나중엔 더 많이 넣어달라고 복이가 부탁했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가방에 하나씩 넣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가방 속에 들어가면 천 년, 백 년 숨어 있다 썩은 채로 발견될 수 있다는 타당한 의견을 수렴했다.
남자아이들의 가방에는 온갖 오래된 것들이 나오는데 학교에서 받은 오래된 젤리나 사탕부터, 꼬질꼬질한 양말까지 정말 다양한 태곳적 물건들이 발견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이들의 가방에 견과류 한 봉을 챙겨주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봉지가 뜯어지기라도 한다면, 짓이겨지기라도 한다면 그 부스러기를 어찌할 것인가. 나중에 가방을 뒤집어 탈탈 털어도 그 후처리가 걱정이 되었다.
엄마표 견과류 한 줌은 가족들 모두 볼 수 있게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아이들은 오며 가며 심심하면 뜯어먹는다. 땅콩 부스러기를 마구 날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잘 먹고 껍질은 모아 그릇에 담아놓거나 다시 봉지에 잘 쓸어 담아놓는다.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아이들도 예쁘고 모아놓은 껍질도 예쁘다.
특히 견과류를 좋아하는 복이가 잘 먹는다. 편의점을 매일 들락날락하는 아이의 배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어 감사하다. 견과류야 고맙다!
견과류는 많이도 말고 하루 한 줌이면 족하다. 이것저것 섞어 먹는 게 좋단다. 소화가 잘 되도록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씹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 잠도 확 깬다. 나른한 봄날, 오후 간식으로 딱이다. 의외로 어린이 입맛인 남편이 잘 먹는다. 계속 먹고 배가 부르다고 한다. ‘여보 한 봉만 드세요. 관리해야죠?‘
우리 부부는 자주 과자를 사 먹는다. 남편은 “까까 사 올까? ” 이러면서 마트에 간다. 20리터 봉지에 가득 과자를 사 들고 온다. 아이들이 근처에 보이면 양손에 아이들 손을 잡고 같이 간다. 견과류 다 먹을 때까지 과자 근절!
하루에 견과 한 봉씩, 하루 6봉. 이제 남은 것은 100봉.
씹을 거리를 찾던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입이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며 금세 다 먹어버린다.
‘나도 한 봉 먹어 볼까? ‘하고 그릇에 담았다. 어떻게 알고 복실이 문자가 왔다.
“엄마 오늘은 간식 먹고 학원 갈게요. 오늘은 뭐 먹을까요? ”
매일 간식으로 먹으니 물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