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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Apr 24. 2020

어미새가 부러워진 오후

새는 크는데 한 달도 안 걸리나 보다.

3월 22일에 발견한 새 둥지 안의 알 2개.

https://brunch.co.kr/@hialiane/41

대체 언제 깨어나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어미새가 늘 앉아 있어 부화한 날을 알지 못했다.


4월 5일에야 새끼 새 2마리 발견.

https://brunch.co.kr/@hialiane/42

솜털이 보송하던데 언제쯤 날 수 있을까? 한 번도 둥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4월 7일에는 신기한 장면을 보았다. 어미새의 입에 새끼 새의 머리가 들어가 있었다. 엄마 입에서 뭔가를 받아 먹는 것 같았다. 비둘기나 플라밍고는 새끼 새에게 젖 같은 것을 먹인다는 것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직접 볼 기회가 생겨 기분이 매우 좋았다.


4월 9일. 어미새 밑에서 제법 높아진 키를 보여주었다.

20.04.09. 새끼 새 두 마리와 어미새

저런 솜털로 날지는 못할 테니 한참 더 키워야 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4월 10일) 아침 창 밖을 쳐다보니 새들이 없었다.

20.04.10. 빈 둥지


둥지를 튼 어미새를 발견한 지 겨우 3주 만에 아기새들이 둥지를 떠났다. 날 수 있었나? 둥지를 벗어나도 더 돌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완전히 독립한 것일까 궁금했다. 그동안 3번 본 아빠새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둥지를 떠났다는 것은 새끼 새들이 어느 정도 날 수 있다는 뜻이겠지? 정말 육아 기간이 짧다. 많이 부러웠다. 그 부러움에 사진을 찾아보고 있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알품는 내내 어미새는 거의 꼼짝도 았다. 얼마나 지극 정성이었던가. 내가 창으로 내다보면 항상 나를 마주보면서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몸살나게 지겹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전체 수명 대비 육아 기간은 비슷할 것 같다. 모든 생명은 다음 세대가 독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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