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모습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머그컵을 애정한다. 적당히 크고 들기에도 편하며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오래 머무는 머그컵에 가득 담아 마시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나와 닮은 물건을 찾아보니 문득 그 동그란 머그컵이 떠올랐다. 가끔은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건지 머그컵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살짝 혼돈스러울 때도 있다. 암튼 나와 비슷한 그 무언가를 얘기하라면 투박하면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머그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커피잔이 더 화려하고 멋스러우며 그 자태가 눈에 띄는 것이라면 머그컵은 무난하면서 부드럽고 언제든 편하게 쓸 수 있는 일상 가운데 늘 있는 물건이라 하겠다. 어쩌면 옷을 잘 갖춰 입거나 화장을 신경 써서 하지도 않을뿐더러 헤어스타일도 그리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게 나는 예쁜 커피잔 같지는 않아 보인다. 뭉툭하면서도 편안함을 주며 다가가기 쉽고 격이 없는 머그컵과 같은 모습이 나와 닮아있지 않을까?
누군가 함부로 대하거나 거칠게 다루면 금세 깨져버릴 것처럼 약한 것도 마찬가지다. 머그컵이 제 아무리 두껍고 강하다 해도 거칠게 다루면 이가 나가고 깨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도 그러하다.
나는 거친 말에 상처를 잘 받는다. 그러려니 넘기려 해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게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도 견디기가 어렵다. 마음에 생채기가 나고 금이 가고 만다. 아무리 강해지려 해도 내겐 쉽지 않은 고통을 남기곤 하니 말이다.
감사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 탄력성에 의해 복원되는 은혜가 있다는 것이다. 깨진 머그컵을 다시 아교를 붙여 원상복귀 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에 그어진 금은 자연스레 원상태로 회복되곤 한다. 가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좋은 면에서 머그컵과 나는 닮아있는 면이 있다. 머그컵은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들려져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며 대기한다. 피로를 풀고 잠시 긴장을 이완시키며 쉴 수 있는 귀한 도구가 되지 않던가?
지금은 내가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내 모습이 그렇게 닮아 있었던 듯하다. 찾아와 얘기 나누고 고민과 기도제목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열어 평안을 얻게 해 주던 사람.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북카페를 열어 운영해 왔다. 내가 그런 역할을 잘 감당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난 2년 7개월의 시간을 머그컵처럼 살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는 남은 인생 동안 누군가의 손에 들려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쉼과 평안의 머그컵으로 살아가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이제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자의 삶으로 섬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