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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Feb 19. 2021

생선을 삽니다.

기내식 회사의 남다른 구매 목록.

입사 첫날이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최대한 공손히)

첫 출근이라 상기된 얼굴로 인사했다.


"어, 그래 왔어요? 일단 우리 시스템은 이렇게 운영이 되고...."

회사가 사용하는 시스템을 알아야 당장에 일을 시작할 것이었기 때문에 직접 여러 가지 모듈을 친히 알려주셨다.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다. 여느 팀장님들과 달리 팀장님의 부스에는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아, 잠시만."

"네, OOO입니다~"(우아한 말씨)

"네??? 우럭이 없다고요? 아... 시간이 없는데..... 큰일 났네"

"아이 어쩔 수 없지."


촉박하게 한 벤더에게 전화를 걸어 생우럭을 공수해 달라는 오더를 내리셨다.


'우럭'이라.. 기내식 회사의 그 남다른 구매 상품에 약간 놀랍기도 하면서 속으로 숨죽여 웃었다.

찰랑찰랑 맑은 물 위로 힘차게 튀어 오르는 그 '몸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사다니.....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구매 품목이다!



"우럭이요.......?"

"우럭을 어디에 써요?"



"아~ 별건 아니고."

"퍼스트 클래스, 프리오더 밀* '우럭 매운탕' 주문이 들어와서 갑자기 우럭이 들어와야 한다네."

"일등석 티켓값이 얼마야~ 그 정도는 해줘야지."

*프리오더 밀(Pre-order meal) = 사전 주문 기내식



다급했던 상황은 늘 있었던 일인 것처럼 우럭은 수산시장에서 구매하여 시간 안에 들어오도록 의연하게 처리되었다..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퍼스트 클래스에 출발하기 24시간 전까지 잘 차려진 '궁중 반상' 사전 주문 기내식(Pre-order meal) 메뉴 중 하나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출발 24시간 전이라면 미 보유 식재료를 빠르게 받아 쿠킹 후 세팅해서 비행기에 싣기까지는 꽤나 촉박한 시간이었다!




과연 이곳은, 기내식 회사 구나 강렬히 인식한 

시점이었다.


우럭 @출처. NataLima / Shutterstock.com







"살에 피가 스며들었어요! 빨리 내려와 봐요, 이러면 곤란해요"

"헉, 죽은 지 오래된 건가요!?"

"살아있었는데 워낙 힘이 세니 통 안에서 요동을 치다 겉은 멀쩡한데 안에서 피가 난 게 아닐까요?"




"잠깐만, 이거 '생선'이라고 얘기 안 하면 너무 끔찍한 대화 아닌가요?"

셰프님과의 대화 중 누군가 몸서리쳤다.








그것은..

@출처. crowdpic / 크라우드픽

'Halibut Steak'에 사용되는 "광어"였다.







'생선을 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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