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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8. 2023

삼재 불입지(三災不入地)

봉화군 춘양면 각화산(覺華山)에 원효가 창건한 각화사 

운수를 보지 않거나 믿지 않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본 악재 중에 삼재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드는 삼재년(三災年) 또는 액년(厄年)은 해마다 누구에게나 드는 것이 아니지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삼재운(三災運)이 든 첫해를 ‘들삼재’, 둘째 해를 ‘누울 삼재’, 셋째 해를 ‘날삼재’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공간, 집등에도 그런 입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전국에는 그런 재해가 들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하여 알려진 곳들이 있다. 일반적인 삼재로서 도병재(刀兵災) · 질역재(疾疫災) · 기근재(飢饉災)와 세계를 파계(破戒)하는 수재(水災) · 화재(火災) · 풍재(風災)가 있다. 

가을단풍을 보기 위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어떤 산이 더 잘 물들어 있는가를 묻는 것이 일상이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가면 높이는 1,177m로, 구령산(九靈山)·조록 암봉·청옥산(靑玉山)·옥석산(玉石山) 등과 함께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으로 갈라지는 기점을 이루는 각화산이라는 산이 있다. 

각화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도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가을의 풍성함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계곡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서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나무가 우거져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곳이다. 

각화산이라는 지명 그리고 각화사라는 사찰의 유래는 원효대사에서 출발한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3층석탑이 있는 춘양중학교 자리에 있던 람화사(覽華寺)를 서기 676년(신라 30대 문무왕 16년) 경에 원효대사가 이곳으로 이전하고 람화사를 생각한다 하여 각화산이라 명명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다.

각화사는 고운사(孤雲寺)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661~681) 때 원효(元曉)가 창건하였다고 하며, 각화사 귀부(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984년 지정) 안내표지판에는 686년(신문왕 6)에 창건하였다고 한다. 각화사가 자리한 곳은 삼재 불입지(三災不入地)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삼재가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려 800여 명의 승려가 수도하며 왕조실록이 담긴 태백산사고(太白山史庫)를 수호하게 하며 조선시대 3대 사찰의 하나이기도 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의병을 공격하기 위해 이곳의 사고와 절을 모두 불태웠지만 이후 1926년에 달현(達玄)이 법당을 비롯한 다섯 동의 건물을 중건하였고, 1970년에 금오(金烏)가 요사채를 중건하였고, 1979년 범종을 주조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1606년에 건립하여 왜정시대인 1913년까지 약 300여 년 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역사적인 장소였던 태밴산 사고지가 있으며 서동리의 춘양고등학교(春陽高等學校) 부지에는 각화사의 전신인 남화사지(覽華寺址)가 있다.

지금도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과거에 인쇄매체의 가격이 비쌌던 시기에 조선왕조실록은 가장 중요한 자료였다. 태백산 사고지는 불타버렸지만 조선왕조실록은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경성제대학으로 옮겨졌다가 현재는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 중이다. 

2023년은  육십 간지 중 40번째 해로,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다.  해(亥) · 묘(卯) · 미(未)가 든 해에 출생한 사람은 사(巳) · 오(午) · 미(未)가 되는 해에 삼재가 든다고 한다. 이제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니 신(申) · 자(子) · 진(辰)이 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인(寅) · 묘(卯) · 진(辰)이 되는 해에 삼재가 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각화산은 여름이 되면 시원한 물과 여름풍경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300여 년이나 있었던 이곳은 조용하면서도 재해가 없었던 곳이라고 한다. 물들어가기 시작한 산의 단풍이 이제 잎을 떨구기 시작하고 있다. 내년을 준비해 보며 한 해를 기록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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