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라이킷! 의 의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면 놀라운 순간을 자주 경험합니다. 처음 그 아이 존재만으로 행복했던 시간을 지나 아이가 발달단계를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엄마는 힘이 들어갑니다. 주로 아이가 처음 무언가를 했을 때 성장을 응원하며 무한한 박수를 쳐줍니다. 그런데 부모로서 격려와 용기만 주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 더 잘하기를 바라며 자기도 모르게 욕심을 냅니다.
아이가 어쩌다 낙서처럼 하게 된 하트 모양을 가지고도 호들갑을 떨 수도 있습니다. 그때부터 엄마를 위해 하트를 연습해 보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이 하트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신이 납니다. 모든 종이와 벽에 온갖 크기의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고 자기의 성장을 기뻐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만의 최선의 하트를 그리고 또 그릴 겁니다.
하트를 선물하는 일의 시작은 어쩌면 그렇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그린 그 하트로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도 기쁩니다. 누구보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처럼 사랑을 뿌립니다. 아무리 그려대도 허공에 뿌려대도 또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하트를 말이지요. 그리면 그릴수록 점점 더 아름다운 선으로 바뀌는 나만의 하트는 내가 태어나 타인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이었고, 작지만 큰 힘이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하트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는 어느 날 자신이 그 하트를 진정 그리고 싶어 했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릅니다. 매일 하트 그리기를 연습하고 매일 그 하트를 엄마에게 보내고 기뻤지만, 하트.. 하트?...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하트를 그리다 보니 진정으로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엄마에게 칭찬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는데, 동생이 더 잘 그려서 엄마 눈길이 그쪽을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괜히 같이 하트 그리기를 연습한 것을 후회하며 다음부터 아무도 안 보이는 데서 혼자 그릴 거라 다짐했을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짧은 시간 많이 그려야 해서 비슷한 모양의 하트만 연습하다 보니 친구들처럼 새로운 하트 디자인을 더 이상 그릴 수가 없게 된 자신의 모습에 고민이 빠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가고 생각해 보니 엄마한테 드렸다고 돈이 되어 나오거나, 상을 받지도 못하는 하트가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아이는 하트 선물을 주는 것을 멈춰버렸습니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 했다가 내 시간만 낭비했다고 오히려 엄마를 탓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스러운 하트를 멋지게 만들어내고, 선물한 스토리의 결말이 이렇게 슬프다니요.
그 이유는 아이의 행동이 모두 다 '외적 동기'에서 나온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함께 성장하려 하지 않고, 참고 참아보다가 결국 자신의 기쁨이 아니었다며 극도의 공허함을 느껴 모든 것을 일순간 관두어 버리게 되는 누군가의 모습은 어디서 본 듯하지 않나요?
그럼 그와 반대인 내적 동기는 어떤 것일까요?
아이는 혼자서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선호 알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강점 알기)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방법으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 드릴 수도 있을까? (기여할 능력 알기)
나에게서 출발하는 질문으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자신이 무언가 하면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있을 때 가장 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두려 어딘가에 쓰는 것도 좋아했던 게 기억났습니다. 자신을 잘 모르고 살았던 아이는 조용한 시간을 기쁘게 생각하며 좀 더 자신을 알아가는데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함께 쓰는 친구들을 발견했고 그 속에서 다시 하트를 그리며 타인에게도 그 하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 그런데 그는 어릴 때 하트를 그리던 것을 그만두지 않았었던 가요?
이제 그 하트는 이전의 하트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칭찬해 준 바람에 흉내 내 만들고 쉽게 날려 버릴 하트가 아니었습니다. '브런치'이라고 불리는 세상에서 똑같은 것은 볼 수 없는 특별한 글 모양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결코 그냥 그리는 하트 글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심장을 매일 들여다보고, 손을 얹고, 발로 걸어 만들어낸 기쁨과 눈물의 흔적이었습니다. 세월의 경험이 자신만의 하트를 그릴 수 있도록 하트의 또 다른 감정의 깊은 색을 알려주었고,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하트 하나를 그리기 위해 최대한의 공을 들여 완성했습니다. 글자가 공중으로 뿌려지듯 발행하는 하트는 실체가 없는 듯 보였지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천천히 엮어 공감이라는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서로의 관심과 열기로 보글보글 끓어진 글로 만든 밥상에 하나둘씩 모여 연대의 큰 파동을 만들어 갔습니다.
처음 시작은 작고 서투르지만 엄마의 관심으로 내 안에 그려낼 수 있는 하트를 발견했듯이, 엄마에게만 받던 격려는 글 친구들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관심을 가득 안고 일단 글의 존재 만으로도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고 마음을 전합니다. 그저 쓰느라 수고했다고 발행과 동시에 하트가 날아와 힘이 나게 했습니다.
엄마에게만 보내던 하트를 넘어 누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칭찬, 격려의 새로운 하트를 건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보내면 그 이후 그 누군가의 심장 안에 들어있던 아름다운 에너지가 다시 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진실한 빛을 축하하기 위해 또 다른 하트들이 다시 모여들어 그 주변을 밝힙니다.
'라이킷'- 브런치에서 하트 모양 꾹 누르는 출석 도장, 흔적 남기는 용도 같은 그 라이킷을 저는 '하트'로 칭하며 브런치에서 글 쓰는 작가님들의 동기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하트 표시를 브런치에서는 '라이킷'이라고 표현하는데, 조금 더 친숙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라 '관계를 위한 표현'으로 느껴졌습니다. 등급을 매기기 위함도 아니고 그 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도 관심받기를 바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허용하는 것도 중요하듯 라이킷을 누른 작가님들의 글을 방문해 보며 서로의 글을 접할 수 있는 끈이 될 수 있는 수단으로도 느껴집니다.
저는 사실 1년 전, 저의 책이 출간된 후, 책에 다 담지 못했던 글을 쓰려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글을 한편도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6개월 전 <보글보글> 매거진 덕분에 브런치에서 첫 글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아마 혼자 글을 온라인에서 쓰게 되었으면 그 외로움을 참을 수 없어 곧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통계 버튼을 수시로 누르며 몇 명이 읽고 있나 하고 글 쓰는 의미를 찾기 위해 매번 방황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다행히도 개점 휴글 상태인 제 브런치를 딱하게 여기신 혜남세아 작가님의 권유로 선배 작가님들과 함께 공동매거진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어 너무 운이 좋았습니다. 비록 제 구독자와 라이킷 수는 적을지라도 자신의 글처럼 읽고 정성껏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같은 주제로 글을 쓰며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정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작가님들도 보글보글 함께 참여해 글 써보시는 것은 어때요?)
저는 진정으로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며 혼자 글을 쓰고 책을 써보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아주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함께 쓰는 기분'은 제 생애 승무원으로 십여 년, 끈끈한 관계로 일하면서 느꼈던 크루들 간의 팀워크 이상으로 제 온 심장을 바쳐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 마음의 뜨거운 파동을 글에 더 녹여내 전해보고자 하는 시간, 매주 금요일이 제 발행일입니다. 이렇게 고민하고 제 마음의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건네는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발을 디디고 있는 사람인지에 관계없이 순간 연결됨을 느낍니다.
글로 연결하고 심장이 같이 고동치는 공명을 느끼는 시간은 브런치에 라이킷-하트를 받고 또 내가 누르는 순간일 것입니다.
<너는 특별하단다>(맥스 루카도) 라는 동화처럼 우리 모두 특별한 스토리를 지녔고 모두 다 다르고 소중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보는 시간, 내가 나를 어떻게 알고 나를 믿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울림이 큰 동화입니다.
목수 엘리 아저씨는 작은 나무 사람들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다른 모양 나무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온종일 잘하는 나무 사람과 못하는 나무사람에게 우르르 몰려가 뭔가 잘하면 별표를 붙이고, 잘 못하면 점표를 붙이는 일을 하루 종일 합니다. 펀치넬로는 잘하고 싶어도 점표만 많이 받는 나무 사람인데 어느 날 어떤 점표도 붙지 않는 루시아를 만났고 그녀의 도움으로 엘리 아저씨의 언덕 위 집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점표가 많이 붙은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누군가가 주는 라이킷이라는 격려도 자신에게 의미 있겠지만 결국 내적 동기를 가지고 오래 즐기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심장의 소리를 유심히 듣고 자신을 믿고 움직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브런치 세상은 나무 사람 인형의 세상과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브런치 세상은 좋고 나쁨의 평가보다 관심의 라이킷을 눌러 공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진심으로 쓴 정성 들인 나의 글에 살포시 남겨진 라이킷 덕분에 당신이라는 새로운 세계로도 초대받게 되는 두근두근한 브런치 세상입니다.
서투르더라도 성장하는 과정을 서로 격려하는 세상은 쌓이고 모이면 책으로 남겨져 아이와 어른 모두 감동을 나누는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심을 다해 즐기며 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당신의 글도 흔적도 마음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6월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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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라이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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