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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Oct 12. 2024

호박

하루만큼의 여물어감


호박



꽉 찬 마음 어찌 매달렸나요?     


늘어진 줄기의 팽팽한 닿음

꽉 찬 손아귀 안에 당겨진

줄다리기만큼이나

곧고 질기게 붙들려 있어요     


무게의 한계가 어디인지

가만히 들여다보아요    

 

놓지 못할 끈처럼 조여진 단단함

울퉁불퉁 살아진 열매 향해

절정으로 매달린 인내

가을처럼 차올라요     


이어진 한 줄기 손아귀 힘

어찌나 강한지 신기하기만 해요    

 

줄기마다 굵기는 가늘고 여리나

끌어가 매달린 인생 자락은

보기보다 힘이 아주 센가 봐요


줄기와 호박이 하나로 이어진 시간만큼

다정히 손 내밀고 단단히 매달려  

여물어가는 인생이 되고 싶어요     


내내 따라가며 머문 자리

영근 마음 붙들어 매다


그만     

 

호박꽃별처럼 순하게 피어올라요

    

속이 꽉 찬 호박처럼

여미어간 줄기처럼     


 




가을 낮을 이고 호박이 햇살을 따스하게 쬐고 있다. 크고 무거운 호박의 무게는 땅으로부터 이어진 줄기의 자락으로 매달려 있다. 가볍지 않을 무게를 잡은 줄기에 시선이 간다. 새끼손가락 굵기 가녀린 줄기지만 울퉁불퉁 크기만 한 호박을 넝쿨째 붙들고 있었다. 땅에 놓인 호박이 아니라 담장을 넘어선 줄기 힘만으로 오로지 매달려 있다. 매달린 호박도, 끝끝내 잡고 있는 줄기의 힘도 대단하다.


줄기 하나로 인해 속이 여문다. 햇살을 받아 비를 품어내며 바람을 맞는다. 그것이 줄기 따라 머금어져 안으로, 안으로 단단해진 여물을 만들어 간다. 나의 인생도 그러하면 좋겠다. 호박과 줄기를 보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에 잠기었다. 누군가의 자연스러운 끌어짐은 인고의 시간으로 나오게 되, 끌고 끄는 사이는 말하지 않아도 믿어는 다정한 속삭임으로 루어진다. 어디에도 시선을 뺏기지 않을 올곧은 집중의 힘이다. 굴하지 않을 하나로 이어진 단단함을 여기서 배운다. 호박은 매달린 하루만큼씩 여물어질 인생으로 차오르게 시작한다.


줄기가 시작된 지점부터 끝이 어디일지 눈으로 발을 옮겨 가며 살펴본다. 차근차근 보아 가는 나의 눈에 줄기를 따라 피어진 호박꽃이 배시시 웃고 있다. 가을의 풍성함이 노란 빛깔로 거기에 머물러 있다. 나도 거기에 머물러 피어간다.



울퉁불퉁 호박이 여물다



호박잎 사이 몸을 숨기고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배시시 웃다



나비도 따라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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