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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고양이 Oct 24. 2021

면회 없는 병원생활

내 자존감은 보존된다.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았다. 엄마는 내가 아기 때부터 호기심도 많고 눈물도 많았다고 한다. 그저 말하면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찼고, 뭔가 생각이 많고 궁금한 것은 더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내가 두 아이를 길러보니 그리 평범한 아이들은 아니다. 나의 어릴 적과 오버랩됐고 그도 알아진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는 별명을 갖은 나는 조금만 슬픈 장면이 시작할라치면 가족 모두 나를 돌아봤다. 내가 당연히 울 거라는 표정과 웃음으로 일제히 키득거린다. 창피했었다. 드라마 주인공은 아직 슬프기도 훨씬 전이고 아직 전개상 눈물이 나는 장면이 아니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난 그 주인공 옆에 있는 사람까지의 감정도 공감이 되니 얼마나 슬프냐는 말이다. 이미 눈물이 또르르 흘렀고 아닌 척 얼른 닦아 낸다. 주인공이 슬프거나 울라치면 난 통곡 수준이다. 이젠 대놓고 운다. 슬픈 걸 어떡하냐는 식으로 운다. 지금의 나는 아이들이 울면 그런 반응은 아니다. 시대가 변했고 그 옛날의 엄마들과 지금의 엄마들이 다르기에 아이의 초점으로 보는 요즘 세대 엄마들이라 하면 나처럼 눈물이 많은 아이도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더 재밌는 것은 남편을 만나 연애하는 데 나보다 한 수 위인 사람을 만난 것이다. 어쩜 저렇게 울까 싶고 이젠 역전으로 내가 울라치면 그 사람부터 본다. 두 부부가 눈물이 이렇게 많아서야 하며 친정엄마는 세월이 흐르니 착한 끝은 있다고 내심 인정 많은 나를 좀 아시는 것 같다. 


오늘도 울고, 어제도 울고 요즘은 매일 운다. 슬퍼서가 아니라 글 쓰다 울고 옛날 생각에 울고 아이일을 떠올리다 운다. 이틀 후 입원이다. 코로나 핑계로 미루고 미루던 수술을 하려고 내가 병원을 찾아갔다. 작년에 교수님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라고 권하셨는데, 돌고 돌아 이것저것 모두 해봐도 어차피 수술하러 올 거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진작 할걸!'하고 후회하며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일은 더 많아지고 벅찬데 얼굴 떨림은 걷잡을 수가 없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 고생했다. 


올여름방학은 최고로 힘들었다. 덥기도 했고 에어컨은 하루 종일 틀어졌으며 큰아이는 사춘기로 리듬이 우리와 달랐고 막내는 아직 손길이 가는 초등 저학년의 아이니 난 초절정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얼굴은 마비까지 오는 상황이었다. 역시 자신이 느껴야 하고 막다른 골목까지 가야 아는 상황이다. 


아이들 방학을 오히려 기다리는 엄마였는데 코로나 1년도 밥 해먹이며 괜찮았는데 이제 나의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래! 내가 달라졌다. 그리고 아이들도 컸고 나도 성장했다. 


병원이 무서웠고 수술은 더 무서웠고 코로나 시대로 보호자와 함께 있으면서 지내는 상황은 더더욱 힘들고 아이들은 아빠가 돌봐야 하니 나는 혼자였다. 많은 성장 중에 홀로서기의 성장을 느끼는 요즘 큰 고비를 넘길 참이다. 많은 눈물을 흘리며 성찰을 하던 7년 전 그때, 요즘의 눈물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단단해지고 강건해지고 싶다. 이 과정 또한 나에게 큰 성장을 줄 것이기에. 항상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그리고 외로움도 즐겨야지!'하고 입버릇처럼 떠들던 말이다. 그래 혼자도 괜찮아야지. 그리고 안 괜찮으면 안 괜찮다고 글로 풀 지모. 하며 털어낸다. 


울보인 엄마고 울보인 아내이다. 하지만 당찬 엄마이기도 하기에 내 자존감은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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