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리얼중독자 Aug 18. 2023

남자들은 자기 얘기 떠들기를 좋아한다, 특히 연애 얘기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성이 여성과 대화할 때 상대의 지식이나 지위를 무시하고, 무조건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며 설명부터 하려는 행위를 일컫는다.(Adobe Stock)


남자들은 자기 얘기 떠들기를 좋아한다, 특히 연애 얘기




이런 글은 사실 역사가 있다. 역사가 있다는 뜻은 이런 비슷한 글들이 트럭으로 수십대 분량이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 얘기라면 무엇이든 떠벌리기 좋아한다, 그것이 아무리 하찮아도 말이다. 그 인간이 페미니즘을 하든 말든 상관도 없는데, 남자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도 맨스플레인(mansplain) 하기 때문이다.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2017, 행성B)를 읽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니, 여고생 팬티에 성욕을 느낀다는 말을 책으로 출판하면 어떻게 해요, 교수님. 물론 나도 리얼돌 사용자의 말을 논문에 실었고, 이런 말들을 학술적 의미화를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교수님께 듣긴 했으므로, 큰 틀에서는 마사히로나 나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성들은 성을 드러내 보이는 데에 있어 거리낌이 없다. 생각해 보니, 내 관심사가 섹슈얼리티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정확히 와 같다.


남자들은 자기의 사랑,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는 자신에 대해 참 많이도 떠든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남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인'에게 반해버려서 자신의 일상생활 모두를 놓게 되어버리고, 오로지 그 사람에게만 마음이 쏠려있는 상황을 묘사한 매체가 얼마나 많은가? 보통 그런 매체에서 남성의 주위에는 행복의 파랑새와 사랑의 큐피드가 날아다니고, 남성은 미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한다. 그 노력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거나, 혹은 그렇기에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이러면 안 될 거 알면서도 네 앞에만 서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음이라던가(딘딘의 '이러면 안 될 거 아는데 너 앞에만 서면 나락'), 나는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의 고백이라던가(大石昌良의 '君じゃなきゃダメみたい'), 그녀가 너무 아름답다고 주야장천 노래한다거나(Scouting for Gilrs의 'She's So Lovely') 이런 매체가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남성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를 뿐만 아니라, '사랑의 세레나데(serenade)를 부르는 나'에 대해서도 노래하면서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 먹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에서 미인이 주인공이 아님은 알 것이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미인에게 구애하는 남성이다. 이 매체가 보여주는 것은 남성 자신이 들이는 노력에 대한 미화이자, 노력하는 남성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다.


혹시 반대로, 여성이 이런 호들갑을 떨면서 자신의 마음을 미화시키는 매체를 본 적이 있는지? 본 적이 있다면 그만큼 많이 본 적이 있는지? 여성이 '미남'을 향한 사랑에 빠진 자신에게 빠져서 호들갑 떠는 이야기는 적다. 그래서 이달의 소녀(LOONA) 활동 당시 츄(Chuu)의 노래였던 'Heart Attack'과 그 뮤직비디오가 좋은 것이다. 영상 속에서 상대를 향한 츄의 이런저런 호들갑을 정말 열심히 애정 있게 담아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틴더녀와 여페미> 같은 말을 쓸 만큼 당당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마련되어 있는가 하면 의뭉스럽다. 내가 남자니까 <틴더남과 남페미> 같은 글을 자랑스레 떠들고 있지 않나. 여전히 나의 남성성과 이성애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성애규범성을 놓지 못하는 남페미는 틴더창을 넘기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