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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가든 Oct 29. 2022

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 vs 언제까지 그 일만

1화) 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 vs 언제까지 그 일만

회사에서 자신이 평소에 하던 업무와 전혀 다른 성격의 업무를 받을 때, “이게 내 일 맞아?” “계약서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하고 불평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한편, 매번 반복되는 일만 하고 있으면서 “언제까지 이 일만 해야 되는 걸까?” “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걸까?”하고 지겨워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속하는지요?

    같은 상황을 우리의 상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겠습니다. 평소에 일을 곧잘 하고 똘똘해 보이는 팀원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라고 제안했는데, 그 팀원이 “이건 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거절하면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기에도 불안 불안한 팀원이 “저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데요.” 하고 나서면 난감해집니다. 

    일을 시키는 상사도, 직원도 쿵작이 안 맞아서 괴롭습니다. 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만 하고 싶은 직원은 “내 보스는 내가 하는 일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 이 일만 해도 얼마나 바쁜데.” 하며 보스의 야속함을 원망할 것이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직원은 “내 보스는 내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거 같아. 나한테는 지금 하는 허접한 일만 시킨다면 회사에서 나는 성장할 수 없는 건가?” 하고 고민합니다. 한편 상사의 입장에서는, 전자의 직원에게는 “똘똘한 후배 키워보려고 얘기한 건데 역시 요즘 애들은 개인주의적이야,” 하고 실망하게 되고, 후자의 직원에게는 “본인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잘 알려줘야 하나” 싶어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MZ세대 직원들과 기성세대 리더들 사이에 이런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만 하겠다는 직원과 언제까지 이 일만 해야 하느냐는 직원, 과연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한 가지 방법은 직원들이 일을 대하는 자세를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커리어 패스를 그려주는 것입니다. 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만 하고 싶은 “가늘고 길게”파, 업무시간을 최소화하고 개인적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워라밸 파”에게는 업무상 큰 변화를 주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제대로 잘하는 것을 KPI로 삼습니다. 이 분야의 친구들은 승진이나 연봉 인상 때 기본적인 인상률만을 받는 것으로 미리 협의를 하는 게 좋습니다. 업무에 큰 변동이 없다면, 연봉 인상률에도 큰 변동이 없는 것이 논리적이지요. 공정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MZ세대라면 일은 똑같이 하면서 돈만 더 많이 받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 “미리” 협의해서 인사평가 때 깜짝 놀랄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사 내 핵심 업무를 맡고 싶은 “굵고 짧게”파, 초고속 승진을 원하는 “승진 원츄파”의 경우는 그에 맞게 성큼성큼 달려 나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제대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요즘 일터에서 뭔가를 더 하고 싶다고 나서는 후배가 있는 게 어딥니까. 단, 이런 경우에는 리더가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후배를 코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Z세대 직장인이라고 해서 훌륭한 선배를 만나서 잘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가 후배가 업무를 잘 해내서 성장하게 되면 리더는 요즘 보기 드물다는 사수-부사수 관계를 형성하고, 천군만마와 같은 팀원을 얻게 됩니다. 연봉 인상과 승진은 언제든 결과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느 편이 더 좋거나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업무나 직장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사람들이 다른 갈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MZ세대 직장인들도 이 점은 잘 인지한 후 자신이 워라밸 파가 될 것인지 승진 원츄 파가 될 것인지 선택하고, 이 선택을 상사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선택을 하고, 그에 맞는 기회를 제공받고, 결과에 부합하는 보상을 받으면 되는 것입니다. 인사평가의 계절에서 리더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팀원 모두에게 좋은 고과점수를 주기도 어렵고, 똑같은 인상률로 연봉을 올려줄 수도 없고, 모두 다 승진을 시켜주기도 힘듭니다. 이럴 때, 직원들을 애초에 워라밸 파와 승진 원츄 파로 나눠서 평가하게 되면 리더의 고민이 많이 해결되고, 인사평가에서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서 얼굴 붉히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제가 다시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꼭 적용해보고 싶은 방법입니다.


“당신은 워라밸파입니까, 승진 원츄 파입니까?” MZ세대 직원이든, X세대 팀장님이든,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잘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직장인에게는 혈액형이나 MBTI보다 더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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