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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Jun 30. 2019

채식 후에 달라진 것들 (1)

위장병과 변비를 고치다

나는 작년 여름에 채식을 시작했다. 위장병을 고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 두 달 간은 현미 채식을 했다.

현미밥과 야채, 그리고 과일. 이게 내 식단의 전부였다. 원래는 백미를 반씩 섞었던 것을 완전히 현미밥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생야채를 식단에 추가했다. 그때는 얼갈이배추가 많이 나오던 시절이어서 얼갈이를 생으로 많이 먹었다. 얼갈이는 항상 절이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었는데, 사실은 생으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한 입 베어 물면 시원한 채즙이 입안에 고인다. 과일도 제철 과일 중 가장 저렴한 것들을 잔뜩 사다가 배고플 때마다 먹었다. 포도가 한참 나오던 철에는 포도 한 박스를 사다가 나 혼자 일주일 동안 먹은 적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의 식단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아침마다 엄청나게 쓰렸던 속이 더 이상 쓰리지 않았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면 항상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했던 속도 엄청 편해졌다. 아침마다 짜 마시던 겔 제형의 위장병 약도 먹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단 일주일 만에 나아졌다니? 그리고 한 달 후쯤 되자 내가 위장병을 앓았는지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하루 두세 잔씩 마시던 커피도 그 기간에는 끊었기 때문에 커피와의 관련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지금은 바깥에서 사람 만날 때 적당한 마실 것이 없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많이 마시진 않는다. 그 대신 얼그레이티나 챠이티를 마신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단 위를 쉬게 해서 위산이 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아서 위벽을 보호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었나 싶다. 고기는 소화시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산도 많이 분비해야 한다. 그렇게 분비된 위산은 우리의 위벽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채식 요리는 소화시키는데 보통 두세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불필요한 위산도 많이 분비하지 않게 된다. 견과류나 콩류는 위장병을 고치는 데는 좋지 않다고 해서, 일단은 자제했다. 지금은 다 먹는다. 일단 위의 염증을 잡았기 때문에 견과류나 콩류 정도는 위 건강에 지장이 없는 듯하다.


두 번째는 화장실 가는 것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 정도 화장실을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현미 채식을 하게 되자, 매일 아침이면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섬유질을 갑자기 많이 먹어서 그런지 양도 적고 뒤끝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죽염으로 양치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염 반 스푼을 탄 물을 한 잔 마시니, 지금은 화장실 가는 것이 너무나 수월하고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무염식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무염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 채식을 하고 나서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체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소금을 극단적으로 제한한 경우가 많았다. 소금은 정제염이 아닌, 천일염이나 죽염 같은 좋은 소금을 먹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생리통이 줄었다는 것이다. 채식하기 전에는 생리를 시작하는 날이면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할 만큼 생리통이 심했다. 그리고 양도 많았고 색깔도 좋지 않았다. 생리가 멈추지 않아 수술까지 해야 했던 나는 특히 자궁 건강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채식을 시작하자 생리통도 줄고, 생리양도 첫날을 빼고는 많이 줄어들었다. 생리를 시작하는 날 아침이면 꼼짝없이 배에 핫팩을 대고 누워 있어야만 했었는데, 지금은 간단한 운동도 할 만큼 컨디션이 좋아졌다. 그리고 생리주기도 아주 정확해졌다. 채식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내막증도 채식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혹시 자궁 건강이 좋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은 채식을 한번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여성의 자궁건강에는 성장 호르몬 덩어리인 유제품은 좋지 않다.


네 번째는 피부의 변화이다. 원래 피부가 뽀얗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편이었던 나는 결혼 후에 갑자기 양 뺨에 올라온 성인 여드름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특히 생리 기간이 가까워지면 턱에 여드름이 몇 개씩 올라오는 통에 골머리를 썩곤 했다. 하지만 현미 채식을 시작하자 더 이상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피부과 의사들은 피부와 음식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피부와 음식은 백 프로 상관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지금도 우유 성분이 든 쿠키나 초콜릿을 무심코 먹고 나면 그다음 날은 꼭 뭔가 뾰루지가 올라온다. 바깥에 나갔는데 먹을 것은 준비하지 못하고 배가 고파올 때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을 먹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다음날 여드름이 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우유는 여드름과 크게 상관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좋지 않은 기름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 겨울에 밖에 나갔다가 배가 고파서 찹쌀 도넛을 사 먹었는데, 그것을 먹고 나자 바로 다음 날 여드름이 올라왔다. 나는 더 이상 그 빵집의 찹쌀 도넛을 포함한 어떤 것도 사 먹지 않는다. 통밀빵이나 호밀빵, 치아바타류는 여드름을 유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부래도 같은 비건 빵집의 빵들도 먹고 나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채식 후 3개월 정도 지난 후에는 신기한 일을 겪게 되었다. 식당에 가서 무심코 콩비지를 시켰는데, 그 안에 돼지고기 간 것이 들어있었다. 그나마 채식 메뉴라고 시켰는데, 돼지고기를 미세하게 갈아 넣은 것에는 당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시킨 음식은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먹긴 했는데, 그날 밤 내 목에는 커다란 두드러기들이 올라왔다. 두드러기는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사둔 피부염 연고를 바르고 나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예전에 채식을 하시던 분이 식당에서 나온 고기가 섞인 된장찌개를 먹고 목에 커다란 두드러기가 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3개월 정도 되면 몸이 깨끗해져서 더 이상 고기 성분이 몸에 받지 않는 듯했다. 이 일이 생기고 나서 놀라서 채식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본인도 그렇다는 댓글들이 꽤 올라왔다.


음식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삶의 질이 달라진 기분이다.

다음 편에는 채식 후의 체중 변화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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