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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18일살기(11)/하루의 맛

뜻밖에 잘 먹고 살았다

by 호히부부

<히>


모로코에서 18일동안 먹고 산 음식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글 서두에서도 말했듯, 참으로 엉겁결에 모로코 땅을 밟게 됐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생각과 다르게 하루하루를 참 잘 먹고 산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실하게!


먹은 음식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도 우리가 맛본 모로코 전통 음식 몇가지는

겉보기엔 빨갛고 기름져 보여도 의외로 짜지 않고, 달지 않았다.
대체로 단순하고 담백해서 자극적인 맛을 조심해야 하는
우리 입맛엔 오히려 딱 맞았다.
(맛있음의 문제는 또 별개지만^^).


모로코는 음식만큼은 정말 신기한 나라였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중동의 향신료 문화, 그리고 프랑스 보호령 시절의 흔적이
한 그릇 안에 고루 스며 있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식사 메뉴나 장소에 따라 세 대륙을 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루할 새가 없었다.


지중해성 기후로 신선하고 담백한 올리브들이 지천에 한가득이다


고춧가루는 아닐테고? 이름도 알 수없는 향신료들도 한가득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수산국중 하나답게, 도심(카사블랑카)복판에 정어리 굽는 연기가 자욱하다. 국민생선이란다


아랍과 프랑스식 제과문화가 섞여 빵가게에 빵보다 디저트류 과자들이 많다


모로코 음식과 디저트에 견과류와 말린 과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남아 못지않게 풍성하고 신선한 과일들이 많아 길거리에 즉석 착즙 주스가게가 많다.석류 주스 한잔 약 3천원.




전통음식 타진(Tajine)과 샐러드는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먹었다.
사실 다른, 아는 음식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이상하게 두 음식 다 질리지가 않았다.

타진은 주재료(야채, 생선, 닭, 소고기 등), 부재료(대추,자두,건포도 등)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져서 먹는 재미도 있다.

몇번 먹어보니 역시 우리 입맛엔 소고기타진이 좋았다.


도자기 그릇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이 모로코 대표음식 타진이다.고기,채소,향신료를 넣고 불에 천천히 익혀서 부드럽고 진한 맛을 낸다.


귀여운 용기 이름도 타진이다


겉모습이 얼핏 다른 음식처럼도 보이는 비프 타진들


샐러드 역시 서양식 가벼운 샐러드가 아니었다. 타진과 마찬가지로 종류도 다양해 뭘 골라야 할 지 모를 지경.


냉채 느낌의 기본 생 야채,모로코식 샐러드
혼자 먹기는 너무 그득한 믹스 샐러드


샐러드와 타진을 함께 먹을 때마다 느꼈지만 이 두 음식은 상큼한 식감과 기름진 맛에 있어서도

참 조화로운 한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밥 위에 데친 채소들이 빙 둘러 얹어진
믹스샐러드를 먹을 때면,
(마치 고추장 빠진 비빔밥을 먹는 듯한? 그러나 다행히 우리가 좋아하는 맛!) 포만감마저 들었다.

에피타이저가 아니라 당당히 한끼 식사로 충분했던 샐러드들을 먹을 때마다

값이 너무 싸서(약 3천원)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래는 샐러드와 타진의 한상차림이다.^^


마라케시 메디나 골목에서 (우리가 먹은 중에) 가장 비싼 소고기타진(1만5천원)과 모로코식샐러드.


현지인 가게에서 가장 값싸게 먹은 닭 타진(4천5백원)과 믹스샐러드. 맛은 값과는 상관없었다^^


소고기타진과 렌틸콩 샐러드. 샐러드 그릇안이 온통 렌틸콩으로 가득하다


타진과 샐러드에 민트티까지 곁들여지면 더이상 필요한 게 없을 듯^^




위 음식 사진마다 보이는 홉스(Khobs), 모로코의 전통빵도 빼놓을 수 없다.
둥글고 납작한 이 빵은 모로코 사람들에게 ‘밥’ 같은 존재다.
식당에서 샐러드 하나만 시켜도
손바닥만한 홉스 두어 개가 기본으로 따라 나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그대로 손으로 뜯어먹어도 맛있지만,
현지인이 하는 대로 스프나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심지어 통밀(거의 전통적인 반 통밀빵)이란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홉스는 서양식 빵보다 질리지 않아 매일 먹어도 부담이 없었다.


낮에도 홉스, 밤에도 홉스로 구시가 시장통이 빵 향기 가득하다.물론 빵앞에 서있을 때만^^


홉스 빵을 렌틸콩,토마토 스튜에 푹 찍어 먹으면 건강한 맛 그 자체이다. 꽁짜로 따라나오는 음식이 메인보다 더 메인같으니!




그런가 하면 길거리에서, 특히 아침 시간대에 긴 팬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팬케이크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많이 보았다.

모로코 거리 아침풍경일 정도로 대부분 아침을 간단히 길거리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동글,네모난 모로코식 팬케이크들


저렴하고 따뜻한 하루의 시작이다


눈치껏 시킨 아침식사. 팬에 담백하게 구워나온 따끈한 바트보트(샌드위치)와 토마토오믈렛, 렌틸콩수프,민트티


왼쪽은 모로칸, 오른쪽은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의 브랙퍼스트. 버터,쨈 대신 올리브유와 까만 올리브!


진하고 구수한 타진, 싱싱한 샐러드, (반)통밀 홉스와, 깔끔한 맛의 모로코식 팬케이크,

거기다 먹을 때마다 기분좋았던 건강식 렌틸콩 수프 등등...

덕분에^^


모로코에서의 식생활은 외국 여행 중에서도 드물게,
‘우리 밥과 김치’를 덜 그리워하며 지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으로 남았다.




(그외에도 우리가 먹은 몇가지(?) 음식들이 사진으로 이어집니다.)


모로코 대표 수프 '하리라. 토마토에 콩류와 고기 등을 넣고 향신료로 맛을 내는데 라마단 동안 단식이 끝나면 가장 먼저 먹는 전통음식이란다. (개취지만)향신료 맛이 약간 쎈듯?


북아프리카 전통음식 '쿠스쿠스'. 세몰리나 밀(거친 밀)로 만든 노란 알갱이(꼭 우리나라 곡식 '조' 느낌)위에 고기나 채소스튜를 얹어놓았는데 맛이 슴슴하니 담백했다.


북아프리카 매운고추소스 '하리사'.매콤하면서 짭조롬 한 것이 김치겉절이 양념맛이 스치며 식욕을 돋군다.매운 맛의 필수양념이란다.


마라케시 잘 갖춘 해산물 식당과 카사블랑카 시장통에서 맛본 생선구이들. 역시 숯불맛이 제대로 베인 시장통 정어리 구이가 승^^




모로코 스타일 '완전통밀'쌀을 찾았다!


올리브의 나라에 오니 간간하고 고소한 올리브가 김치다. 우리의 김치가 없어서겠지만^^


아프리카 땅 답게 빵도 검다.^^ 틈틈이 해먹은 모로코식(?)아침!




덧) 이슬람의 나라 모로코라지만 술을 파는 곳들이 있어서 반주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놀랍게도 모로코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중 하나란다.

어쩐지 값싼 와인을 사 먹어도 맛있더라니.


시내 곳곳에 있는 까루프 내 주류전문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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