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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검사 Jan 16. 2022

파워리스 블로거의 유튜브 도전기

유튜브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친구가 너도 유튜브를 해보라는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몇 번 듣다 보니 점점 솔깃했다. 그 친구에 따르면 자기도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 몇 개를 유튜브에 올렸는데 별다른 내용도 없는 영상이었지만 벌써 몇 천 건의 조회수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주제들을 영상으로 제작한다면 분명 조회수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내가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거의 20년 동안 한결같이 인기는 없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캐나다에 정착한 이야기와 캐나다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쓰기 시작한 이후 일 평균 300명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 친구의 말이 맞다면 못해도 블로그보다는 조회수가 많을 테니 하루에 400~500명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나도 곧 유튜브 스타가 될 것만 같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에게는 영상으로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곧 유튜브 스타가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시작부터가 잘못이었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영상들은 집에 뭔가 고칠 것이 생기면 찾아보는 영상들이 전부였다. 이렇게 유튜브에 무지한 상태에서 시장조사를 위해 '캐나다', '이민' 등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렇게 검색되는 영상들은 살펴보니 모두들 조회수가 높았다. 그리고 영상을 올린 사람의 채널에 들어가 보면 모두들 구독자 수도 몇 천에서 몇 만 명은 쉽게 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내가 든 생각은 '아.. 이런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면 이렇게 조회수가 나오고 이 정도의 구독자수가 나오는구나'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알지 못한 것은 피라미드 구조와도 같은 유튜브의 생태계였다. 비슷한 주제의 영상이라고 하여도 검색조차 잘 되지 않아 조회수도 별로 없고 구독자도 별로 없는 채널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정작 나는 상위에 노출되는 것들이 유튜브의 전부인 줄만 알았다. 만약 내가 유뷰브에 발을 들이기 전 이것을 깨달았다면 그냥 계속하던 블로그나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무지한 상태에서 지난 2021년 1월 고침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블로그의 이름처럼 '김검사'가 들어가는 이름의 채널을 만들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한국에서 그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시고, 한 언론사에서 '꽁수처 김검사'라는 영상을 만들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다른 이름을 생각해야 했다. 결국 무엇이든 고치고 싶어 하는 나의 염원을 담아 '고침사'라는 이름을 선택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 잘 지을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그러나 저러나 결과는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대망의 첫 영상. 부끄러워서 내리고 싶지만 그냥 두었다.




처음에는 잘 될지 잘 안 될지도 모를 유튜브에 큰돈을 투자하기가 그래서 있는 장비를 이용해서 영상을 찍었다. 당시 나에게는 동영상을 촬영할 만한 장비가 회사 전화기인 아이폰 7 플러스밖에 없었다. 이 전화기로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동영상을 찍어보니 출시된 지 4년도 넘은 모델이라 그런지 화질이 너무 별로였다. 그리고 삼각대도 없었기 때문에 예전에 기념품으로 받았던 셀카봉과 그것을 세울 수 있는 스탠드를 3D 프린터로 이용해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영상을 찍은 다음에는 편집을 해야 했는데 이때까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슨 프로그램을 써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되었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다빈치 리졸브'라는 프로그램이 기본적인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아직까지는 고급 기능을 사용할 실력이 없기 때문에 기본 기능으로도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것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고급이라 그런지 완전 초보자인 내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혼자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같아 더 쉬운 프로그램을 찾아보다가 '필모라'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가격은 70~80불 정도 되었는데 우선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설치를 해보았다. 이 프로그램을 써보니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동영상을 편집하고 렌더링을 해보니 말이 무료이지 '필모라'라는 마크가 대문짝만 하게 박혀있어서 만들어진 동영상은 전혀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필모라를 55.99불(*)에 결제하였다.

(*) 필모라를 설치했다가 삭제하려고 하면 20% 할인해 줄 테니 삭제하지 말라는 문구가 뜬다. 그 결과 결국 55.99불에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도 프로그램을 삭제할 때 그런 말이 뜨는지는 모르겠다.



촬영 장비(결국 얼마 뒤 고프로 8을 구입)서부터 편집 프로그램까지 손에 넣었으니 이제는 끊임없이 동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금 세어보니 첫 한 달 동안에만 19개의 영상을 제작하였고, 첫 네 달 동안 약 60개의 영상을 제작하였다. 거의 2~3일 간격으로 하나씩 만들어 냈다는 소리인데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이런저런 영상을 참 많이도 찍었다. 주로 내가 하는 일과 블로그에서 조회수가 높았던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영상을 찍기도 하였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는 영상도 찍었고, 대본을 적어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영상을 올려보았자 조회수도 나오지 않고 구독자도 늘지 않았다. 초반에는 하루가 다르게 구독자 수가 늘었지만 알고 보면 모두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구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구독을 해 줄 가까운 사람들이 떨어지자 구독자가 전혀 늘지 않게 되었다. 결국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내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보다도 내가 업로드한 영상의 수가 더 많은 놀라운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구독자보다 업로드된 영상 수가 많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엄청난 노력과 사람들의 엄청난 무관심이 필요하다. 심지어 지금도 구독자의 숫자가 내가 업로드한 영상 숫자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조금 욕심을 낸다면 다시 영상수가 구독자수를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결국 유튜브를 시작한 지 네 달 만에 나는 완전히 깨닫고 말았다. 이 유튜브 채널은 망했다는 것을.






비인기 유튜브 채널이라고는 하지만 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점으로는 고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에게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드리기 좋다는 것이다. 부모님들께서도 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읽기도 하시지만 글로만 봐서는 우리가 캐나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보시면 '얘네들이 사는 집은 이렇구나', '얘네들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구나' 알기가 쉽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강풍이 불어서 뒷마당에 있는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떨어졌는데 말로는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으니 부모님들과 마음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


그다음으로 좋은 점은 동영상들이 좋은 기록이 된다는 것이다. 어딜 가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사진도 많이 찍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상으로 만들어 놓으니 시간이 지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게다가 아이들 크는 모습도   있으니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나서 본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좋은 점은 바로 예전 영상을 다시 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들이지만 다시 보면 새롭고도 재미있다. 그래서 가끔씩 가족들이 모여 앉아 하나씩 돌려보고는 한다.


고침사의 #1 Fan. 너무 재미있어서 입을 틀어막고 보아야 할 정도이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의 목표는 구독자 수 1000명을 돌파해서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해서 2030년까지는 꼭 달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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