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페투어(2) - 싱글 오 하마초
도쿄 카페투어(2) - Single O Hamacho(@single_ojap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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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103-0007 Tokyo, Chuo City, Nihonbashihamacho,3 Chome−16−7 スプラウト日本橋浜町 1F
영업 시간 : 08:00 ~ 19:00
메뉴 : 핸드드립 에티오피아(¥550) // 배치 브루 온 탑 블렌딩(¥350)
방문일 : 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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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카페투어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숙소를 긴시초에 잡고 그 근방에 있는 카페들을 가려고 계획을 짰다. 대략 하루에 4~5곳을 방문을 해야 하는 일정이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일찍 열고 일찍 닫기 때문에 나도 그에 맞춰서 일찍 움직였다. 몰랐는데 도쿄는 1월 3일까지 쉬는 곳들이 꽤 있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휴일인 곳들이 있으니 방문할 때 꼭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건지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문을 연 곳도 별로 없어서 약간 유령 도시에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씨마저 약간 쌀쌀했어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외계인이 한바탕 휩쓸고 간 듯한 느낌이었다.
1층에 위치한 카페인데 입구를 찾지 못해서 들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분명히 내 눈앞에는 카페가 있고 안에 사람들이 있는데 문이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노크를 하니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내가 노크를 한 곳이 문이 맞는 거 같다. 근데 아침이라 그런 건지 문을 열어 놓지 않았다. 내 뒤에 온 사람들도 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8시 40분 즈음 갔는데 한 자리를 빼고 만석이었다. 내부에 대략 10명 ~ 12명 정도 수용할 수 있고 건물 로비에도 테이블이 2개가 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했으나 휴일에 아침부터 카페에 사람들이 갈까 싶어서 조금 천천히 갔는데 하마터면 웨이팅을 할 뻔했다.
에스프레소 메뉴를 주문할까 싶었지만 아침에 부드럽게 한 잔 하고 싶어서 핸드드립으로 눈을 돌렸다. 최소 하루에 4잔 이상 3주 정도 마셔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해서 마시면 후반에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핸드드립으로 가볍게 시작을 했다.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 물과 음료를 가져다준다. 주문을 할 때 간단한 스몰토크를 진행하는데 이건 모든 손님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내부에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은 단 둘임에도 불구하고 손님 한 명 한 명 스몰토크를 진행하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음료를 빠르게 받고 싶어 하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도쿄에 있는지, 왜 왔는지 등 흔한 여행객에게 물어보는 것들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로스터리 매장을 추천해 줬다. 이미 내 목록에 있었지만 주말에만 연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고 나는 꼭 가보겠다고 했다.
티코스터라고 해야 하나? 음료를 가운데에 놔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다 이유가 있겠지. 잔과 테이블이 참 카페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색만 맞췄다기보다 내부 인테리어와 전혀 이질감이 없다.
라마르조꼬 머신과 시모넬리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으며 핸드 드립은 Ek43과 하리오 v60 메탈 드리퍼와 하리오 드립포트를 사용 중이다.
핸드 드립을 내리는 과정은 뜸을 들이고 한 번 흔들어 준다. 그리고 밖에서 안으로 물을 붓고 다시 안에서 밖으로 물을 부어준다. 이게 한 사이클인데 이걸 2번 반복하고 마지막에 한 번 더 흔들어준다. 온도는 모르지만 드립이 끝이 나면 워터 디스펜서에서 물을 받아서 물을 끓여 놓는다. 푸어 방식이 조금 특이한 거 같다. 일반적으로 안에서 밖으로 가는데 말이다.
주문한 에티오피아는 단맛과 신맛이 앞에 짧게 치고 사라진다. 애프터에 밀크 초콜릿까진 아니고 그에 준하는 달고 쌉싸름함이 남는다. 애프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뚝 끊기지 않고 서서히 없어진다. 입 안에 오랫동안 남아있는데 서서히 사라지는 아주 기분 좋은 맛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맛에 익숙해진 건지 식으면서 맛이 굉장히 플랫 해졌고 동시에 맛이 뒤에 몰려있었다. 처음보다 애프터가 강하고 입 안에 길게 맴돌았다.
내부의 분위기는 동굴이라고 해야 할까? 몽환적인 음악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천장의 인테리어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는 걸 수도 있다. 이 매장을 방문하고 기대하며 로스팅 매장을 방문하면 안 된다. 아예 다른 매장이다. 로스터리인데 주말에만 여는 매장은 카페 겸 로스터리가 아니라 로스터리인데 주말에 그냥 커피를 파는 정도니까 이왕 가는 거면 하마초로 가는 걸 추천한다. 날이 좋으면 밖에 앉아서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커피 한 잔 하는 낭만까지 챙길 수 있다.
배치 브루는 처음 보고 처음 마셔봤다. 게이샤부터 케냐, 탄자니아, 싱글 오 블렌딩 등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고 컵으로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오고 자동으로 멈춘다. 굉장히 신기했다.
나는 블렌딩을 선택을 했고 미디엄 다크 로스팅이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고 우리가 다 아는 그 커피의 맛인데 부드러운 정도? 산미가 있는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추천한다.
대략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있었는데 매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매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느낌상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인 거 같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온 손님들도 여럿 보였다. 매장의 위치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무언가 있다는 것이겠다.
보면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다. 굳이 꼽자면 역에서 멀다는 것인데 이걸 이 카페의 부족함이라고 하기엔 억지가 아닐까,
누군가 도쿄에 간다면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매장이다. 그러고 보니 배치 브루가 있는 매장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