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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03. 2020

The Stolen Kiss

...결혼생활은 원만했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남편.


나이 차이가 제법 나긴 하지만, 마을 내 그의 집안은 평판이 좋았다. 그녀의 행동 범위에서 그만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녀 역시 어려서부터 마음속으로는 그와 결혼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어렴풋한 아린 감정도 언젠가 가져보았던 것 같다. 사랑이었을까?    


남편은 성실하였고, 그녀 역시 그런 남편을 사랑하였다.    


남편의 사업이 잘돼서 그녀와 남편은 도심지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번잡한 거리, 처음 보는 새로운 문물들, 수많은 사람들...    


낯선 도시에서 그녀는 적응해나가야만 했다.    


사업으로 인해 바빠진 남편은 한 달의 절반 이상은 외지에서 생활하였다.    


그러나 딱히 불만이 있진 않았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재산으로 그녀의 삶은 부족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사교가 중요해. 그러니까 당신도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중요해. 언제까지나 시골에서 살던 우리가 아니니까…. 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거고.”    


남편의 말에 나가기 시작한 사교계. 아직도 어색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처음 사교계 모임에 나간 날을 그녀는 잊지 못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름다우신 미스…?”    


모든 것을 어색해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아직 소년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남성.    


“아…. 저, 저는… 이미… 겨, 결혼을….”    


“아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부인. 너무 앳돼 보이셔서 아직 아가씨이신 줄 알았습니다. 하하.”    


남편 외의 남성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본 것이 얼마 만인가.    


게다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더 많은 남편과는 다르게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대.     


남성은 예의상으로 그녀의 미모를 칭찬한 것일지도 모르나, 남성에 대한 면역력이 적은 그녀로서는 이러한 입바른 말에도 크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가벼운 몇 차례의 만남과 가볍지 않은 두 사람의 마음.    


두 사람은 그렇게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젊은 남녀의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둘만의 암호를 만들어 그녀의 남편이 집을 비우는 날 그녀의 집에서 밀회하곤 하였다.    


* * *    


“내일은 우리 집에서 모임이 있어요. 오면 안 돼요.”    


“그러죠. 맹세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다음날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부인회는 밤이 깊도록 끝나질 않았다.     


부인들의 수다에 지쳐갈 즈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소리. 그녀는 귀를 의심했다.    


-통통통, 박박, 통통통, 박박    


그와 그녀만이 아는 비밀노크. 마치 고양이가 문을 긁는듯한 두 사람만의 암호가 뒷문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슴은 마치 큰북을 내리치는 것처럼 쿵쾅댔다. 그리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궁금하다.    


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가 찾아온 것일까?     


“길거리 고양이인가? 확인하고 올게요.”    


그녀는 부인들을 뒤로하고 뒷문 쪽으로 나왔다.    


역시 그곳에는 그가 있었다. 그녀를 본 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면 어떡해요!”    


“잠깐 얼굴만 보러 왔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    


그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긴다.    


“키스 한 번만 해주면 갈게요.”    


“안 돼. 안에 아직 사람들이….”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의 순간.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그의 입술은 원래의 목적지를 잃고 그녀의 입술 가까운 뺨에 정착했다.    


“...아쉽다. 또 올게요. 사랑해요.”    


장난꾸러기 같은 그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었다.     


-아마 나도 얼굴이 상기되었겠지.    


발개진 얼굴과 웃음을 식히고 들어갈 때까지 한참을 돌아다닌 그녀였다.


Jean-Honoré Fragonard <The Stolen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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