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Jul 08. 2020

사랑은 타타타?

?+?=??

우리 부서 함아림 씨.    


얼굴이 연예인처럼 엄청나게 예쁘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인기가 무척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밝고 싹싹한 성격에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 부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젊은 총각 사원들도 다들 그녀에게 한 번씩 접근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뭐, 나도 총각이긴 하지만, 그녀와 나이 차이가 8살이나 나는 아저씨여서 딱히 희망 따위는 갖지 않는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가 나의 신조니까.    


* * *    


그날은 어쩐지 눈이 일찍 떠져 출근을 빨리하게 된 날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    


아림 씨가 출근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어왔다. 아마 내가 있는 줄 몰랐나 보다.     


그나저나 김국환의 ‘타타타’라니. 젊은 아가씨가 취향 참 올드하네.    


“아침부터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꺄악! 한 과장님?!”    


그녀는 나를 보고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조금 과장되게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인다.    


“네, 굿모닝입니다~.”    


“아하하, 네. 안녕하세요?”    


“설마 20대 중반의 아가씨가 김국환의 ‘타타타’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나는 한 손으로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다른 손으로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녀는 컵을 받으며 수줍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 고등학생 때부터 옛날 노래를 좋아했거든요. 그러는 과장님도 이 세대는 아니시잖아요?”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노래가 나올 무렵에 나는 꼬꼬마였고, 가요보다는 동요가 어울리는 나이였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이 노래는 아림 씨가 태어나기 전 노래잖아요?’라는 말이 입 근처에서 맴돌 무렵 그녀가 먼저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사 되게 철학적이면서 재미있지 않나요?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서로서로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서로를 모른 채 태어나는 거죠. 그러면서 그렇게 알아가는 거고요. 암암.”


스스로 한 말에 무언가 납득을 했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귀엽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인정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르면 그건 인간으로서의 연이 생기지 않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오, 멋진 말씀이에요! 서로 궁금해하며 같은 곳만 바라보면 그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럴 땐 누구 한 사람만 등을 돌려주면 되는데… 그렇게 알아가게 되면 또 알아요? 사람 일이라는 게.”    


“좋은 말이지만 등을 돌리는 게 말처럼 쉽나.”    


“그러니까 노력해야죠. 자, 그럼 뒤 좀 돌아주세요. 눈치 없는 한시찬 과장님!”    


아림 씨는 이렇게 말을 하고 휙 돌아서 자기 자리로 총총 걸어갔다. 그리고 나도 내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이것이 우리가 사귀기 3일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백남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