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 수 있는 직업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요
꿈이 뭐야?
질문을 받았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말한다.
“게임 개발자요.”
“유튜버요.”
“페이커 같은 프로게이머요.”
하지만 어른들이 기대하는 대답은 다르다. ‘먹고살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답을 원한다.
“게임으로 어떻게 먹고살래?”
“그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덧붙인다.
“게임 말고 공부를 해야지.”
아이는 상처를 받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말해버린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결국 부모는 반발로 받아들이고, 아이는 좌절한다. 그리고 대화의 단절.
실제로 학원의 한 학생이 본인은 지금 가장 재미가 있고 잘하는 것이 ‘게임’이기 때문에 커서 게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가 게임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느냐, 어떻게 그게 직업이 될 수 있느냐고 나무랐다고 한다. 아이는 그날의 대화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게임을 더는 못하게 하고 '공부해' 라며 잔소리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말씀드렸는데?”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말하기 싫어요. 말이 안 통해요 엄마는.”
“게임에 관련된 일이 뭐가 있을까?”
“많죠! 게임 프로 그램도 만들 수 있고요. 제가요,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있어요. 게임 안에서 또 게임을 만드는 거예요. 저 프로그램을 팔아서 80만 원이나 벌었어요!”
“응? 80만 원? 정말? 와, 우리 미래의 프로그램 창착자가 여기에 있었네! 어머니 그거 모르시니?”
“네, 아마 알면 공부 안 하고 밤새서 그런 거 한다고 잔소리만 하실걸요.”
“와, 정말 대단하다 너. 그런데 우리 고객님 비즈니스 하신다고 숙제를 안 해왔네. 그건 너와 나의 약속인데~”
아이는 작가, 부모는 편집자라고 생각해 보자.
아이라는 ‘작가’는 자신의 꿈과 방향을 정하고, 그 길을 나아가고 싶어 한다. 물론 그 길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 일단 내뱉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정말 모르기 때문에. 부모라는 ‘편집자’는 작가에게 ‘이 길이 맞을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며 심지어 답까지 내어준다. 작가는 그러한 조언을 간섭, 개입, 심지어 잔소리로 듣고 반발심을 가지거나 실망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게임만 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게 부모라는 편집자의 마음이고 진심이다.
편집자가 지나치게 수정하려 하면 작가도 “이건 내 글이야, 내 방식대로 하고 싶어”라고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키 작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편집자의 수정사항을 반대방향으로 수정하지 않았는가. 부모가 너무 강하게 개입하면 자녀는 오히려 반발하면서 “내 인생이야,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해버릴 수도. 사춘기의 어떤 반발심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조언으로 받아들이든 잔소리로 받아들이든 최종 선택은 작가가 해야 한다. 결국 살아가는 건 아이의 몫이다.
균형이 필요하다.
부모가 하는 말이 귀찮거나 잔소리처럼 들릴 때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말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꿈을 가져야 해’라는 말이 너무나 두루뭉술하고 막연하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구체적으로 꿈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것보다. 일단 ‘공부’를 들이미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그 방법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넌 꼭 좋은 대학을 가야 해.”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떻까. “나중에 커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엄마 아빠가 말한 이 부분도 생각해 보면 좋겠어.” 그렇다면 아이도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조언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더 나은 길로 가도록,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듬어 주는 것이다. 편집자가 더 좋은 글이 나오도록 돕지만, 결국 작가의 목소리를 지켜주는 것처럼.
몇 주 전에 남편과 맥주 한잔 하면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 아이들의 꿈,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대화를 하던 중 질문의 방향을 틀어 남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여보? 당신은 꿈이 뭐야?”
“나? 부자인 백수!”
이렇게나 꿈이 클 수가. 멋진다. 노후대비로는 손색이 없을 꿈이다.
내 꿈은.......(다음 연재내용으로 이어서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