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by 홍이

홍은 독산동 반지하 단칸방에 산다.

문을 열면 바로 골목길이다.

그 앞엔 늘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기저귀 찬 아이가 뽈뽈 기어 다니고,

냉장고는 웅웅거렸다.




날이 더워서 문을 열어놨는데,

순간, 쥐 한 마리가 휙 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커먼 시궁창쥐다.


“앗!”

홍은 아기를 안고 뒤로 물러났다.


쥐는 냉장고 밑으로 숨었다.


'물리는 거 아냐?'


아무것도 모르고 방긋 웃는 아이.

불안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소식을 들은 남편은 서둘러 퇴근했다.

긴 막대기를 들고 쥐를 몰았지만,

장롱 밑에서 한 번,

싱크대 밑에서 한 번,

아주 짧고, 기분 나쁜 등장만을 반복했다.


쥐는 놀라울 정도로 민첩했다.


그날 밤, 결국 부부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홍은 철물점에 가서 쥐덫을 샀다.


사장님이 말했다.

“새댁, 잡는 건 금방이제.

헌디 그 담이 문제여. 죽일 줄도 알아야 쓸 거 아녀.

물 받아서 통째로 담가불어. 그게 젤 속 편혀.”


작은 고깃조각을 미끼로 넣자,

쥐는 덫에 걸려들었다.

이내 덫 안에서 요란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홍은 어릴 때가 떠올랐다.


어릴 적 살던 집 부엌엔 연탄보일러가 있었다.

윗문으로 연탄을 넣고,

아랫문으로는 공기를 조절했다.


쥐가 들어오면,

엄마는 말없이 연탄보일러 화구 쪽으로 몰았다.

그리곤 쥐가 그 안으로 들어가면

뚜껑을 닫아 막아버렸다.


남은 탈출구는 하나, 아랫쪽 문뿐이었다.


엄마는 조그만 아랫문 앞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고정했다.

잠시 뒤,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쥐가

쉭—, 비닐 안으로 뛰어들었다.


엄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입구를 비틀어 쥐었다.

그리고 팔을 크게 두어 번 휘둘러

벽에다 냅다 던졌다.


퍽.


그걸로 끝이었다.


엄마는 말없이 비닐을 묶어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었다.

그땐 다 그렇게 살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은 쥐에게 소세지를 잘라 주고 있었다.




홍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쥐 들어왔어.”

“뭐? 아이고 세상에. 이서방이 못 잡어?”

“응. 못 죽이겠대.”

“아니 이서방은 뭔 쥐 한 마리를 어쩌지를 못한디야~”

엄마는 통화 내내 웃기만 했다.


그날 밤, 쥐는 소세지를 먹었다.

덫 안에서 얌전히.




다음 날 밤, 남편은 쥐덫을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쥐를 풀고 돌아온 것이다.


홍은 불을 끄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엄마였으면 그냥 봉다리 씌워 패대기쳤을 텐데.”


남편이 이불을 뒤집어쓰며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원래 전사셨잖아.”


홍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가 뽈뽈 기어 다녔다.

냉장고가 낮게 웅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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