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by 홍이

홍은 자주 잠을 설치곤 했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도 높은 노동을 마치고

드디어 지친 몸을 눕히면,

왠지 모를 긴장감이 슬그머니 밀려온다.

조금 답답한 듯하기도,

등허리에 쌩한 바람이 부는 것 같기도 하다.


긴장을 풀어보려 괜한 심호흡을 해본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몸을 뒤척이며 근육들을 이완시키려 애쓴다.


“하아... 왜 잠이 안 오지...”


눈을 감고

‘자야 해... 자야 해...’ 를 되뇌어 본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10분, 15분씩...

시간은 홍을 지나쳐간다.




새벽의 어스름이 창가를 비추고

몇 시간의 사투 끝에

살그머니 잠의 문고리를 잡은 홍.

지금 이 느낌을 기억해.

절대 그 문고리를 놓지 마.


어렴풋이 멀어지는 현실

아득히 사라지는 오늘의 기억




꿈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옆에서 뒤척이던 그가 말한다.

“안 자?”


“응, 잠이 잘 안 와서...

손 잡아줄래?”


그가 내게 손을 내민다.

언제나 따뜻하고 커다란 손.

잡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나에게 위로를 주는 그의 손.


긴 기다림 끝에 편안함에 잠기는 순간.

자기야... 하고 그냥 한번 불러본다.

나의 사랑을.




하지만 대답이 없다.

“자기야...”

"자...기...야...?”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은 이렇게나 따듯한데


귓가에ㅡ


'나, 아닌데?' 하는 낯선 목소리.

손의 힘이 강하게, 내 손을 조여오고

아무리 뿌리치려 발버둥 쳐도

내 팔을 뽑아갈 듯, 잡아당긴다.


벌레처럼 바둥거리며

그 손아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드디어 가위에서 풀려나, 상체를 일으켰다.


옆을 돌아보니, 그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다.

“하아... 가위에 눌렸네...

벌써 이렇게 늦었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무서워진 홍은 결국 그를 깨웠다.

"자기야 미안해

가위에 눌렸는데 너무 무서워서...

나 못 자겠어."


그는 살짝 피곤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리 와. 팔베개 해줄게.”

"응."


홍은 그의 품에 안겨 웅크렸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옆으로 돌아누운 홍을

그는 뒤에서 살포시 안아주었다.


등에 느껴지는 그의 감촉.

따듯한 체온.


홍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다.

'그래, 이제 괜찮아...’

가슴 앞으로 둘러진 그의 팔 위에

살그머니 손을 올렸다.




그런데 문득ㅡ

등에 닿는 체온, 숨소리...

모든 것이 그인데.

내가 잡은 손목은 너무나 얇디얇았다.


정적.


홍은 깨달았다.

'아. 그가 아니구나.'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모른척할까?


우물쭈물,

얇디얇은 그 손목을 잡고

초등학생 여자아이만큼 가느다란 그 손목을 쥔 채,

홍은 고민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어.



홍은 물었다.

“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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