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식빵, 손끝에 달라붙는 정성

소박하지만 건강한 맛의 귀환

by 홍천밴드

옥수수 식빵은 식빵 중에서도 정말 ‘진상’에 가깝다. 반죽이 유난히 질어서 손에 달라붙고, 믹싱 시간도 아주 까다롭다. 조금만 오래 치면 반죽이 망가지고, 그렇다고 덜 치면 글루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결과물이 엉망이 된다. 성형할 때도 찰기가 많아 손에 계속 들러붙어 일반 식빵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반죽 색이 노르스름해서 굽는 동안 언더베이킹이 되지 않도록 유난히 더 주의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색만 보고 ‘다 익었겠지’ 하고 꺼냈다가는 속이 덜 익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으니 특유의 고소함이 참 좋았다. 만드는 과정은 고생스럽지만, 그만큼 맛으로 보답하는 빵이 바로 옥수수 식빵이다.


옥수수 식빵의 역사는 미국 남부의 옥수수빵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에서 밀가루로 만든 빵이 주류였다면, 미국 대륙에서는 밀 대신 옥수수가 풍부하게 재배되었다. 초기 유럽 이주민들이 밀가루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그들은 원주민들에게서 옥수수를 갈아 반죽하는 법을 배우며 콘브레드(cornbread)라는 형태의 빵을 만들어 먹었다. 이 전통이 시간이 지나 밀가루 제빵 기술과 결합하면서 옥수수를 넣은 식빵(corn bread loaf)이 탄생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제빵 산업이 발전하면서, 옥수수가루나 옥수수알갱이를 일부 혼합해 만든 옥수수 식빵(corn loaf)이 대중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빵은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 덕분에 아침식사나 샌드위치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한국에서는 1970~80년대 제과점 붐과 함께 옥수수 식빵이 등장했다. 당시에는 고소한 옥수수향과 노란 빛깔 덕분에 색다른 식빵으로 여겨졌고, 옥수수알갱이나 크림콘을 넣어 부드럽게 변형한 형태가 인기를 끌었다.

요즘은 빵집에서 옥수수 식빵을 보기 어렵다. 아마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형 식빵’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트렌드에서 밀려난 듯하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서 먹어 본 옥수수 식빵은 소박하지만 고소하고, 건강한 매력이 충분했다. 언젠가 이런 투박한 식빵이 다시 사랑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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