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은근히 만들기 까다로운 빵

구멍 난 빵 베이글

by 홍천밴드

한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빵 중 하나는 단연 베이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베이글은 아침에 크림치즈를 발라 간단히 먹는, 조금은 딱딱하고 투박한 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대중적이기보다는 취향을 타는 메뉴였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트렌드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00 베이글 먹어봤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로 열풍이 되었다. 최근에는 인기 매장에서 근로자가 과로로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할 만큼 업계 상황이 과열된 모습도 보인다.


요즘의 베이글은 기본 맛보다 토핑이나 스프레드를 잔뜩 올려 ‘더 강한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줄 서서 사 먹는 베이글이 물론 맛있긴 하지만, 솔직히 요즘 베이커리 수준이 워낙 높아서 일반 빵집 베이글과 아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괜히 줄까지 섰으니 하나 살 걸 몇 개씩 사게 되는 과소비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유명 베이글집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


베이글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 빵은 동유럽 유대인 사회에서 시작되었다. 17세기 폴란드 크라쿠프 문헌에서 처음 등장하며, 반죽을 끓는 물에 먼저 데친 후 굽는 독특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유대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동유럽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뉴욕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뉴욕식 베이글은 더 크고 쫄깃하며, ‘아침 식사의 상징’ 같은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뉴욕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접하는 음식이 베이글일 만큼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참고로 주문할 때 옵션을 다 말로 말해야 해서 소음 속에서 영어 듣기 평가를 치르게 된다.)


한국에 베이글이 들어온 건 비교적 최근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 브랜드 카페와 베이커리가 들어오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아침에 먹는 베이글’ 이미지가 퍼졌다. 2000년대 중반에는 국내 베이커리들이 베이글을 정식 메뉴로 내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질기고 퍽퍽하다며 호불호가 있었다. 하지만 토스트나 크림치즈, 샌드위치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며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대 이후 수제 베이글 전문점들이 생겨나면서 베이글은 단순한 카페 메뉴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성장했다. 뉴욕 스타일, 몬트리올 스타일 등 다양한 해외 방식이 도입되고, 한국식으로 단맛이나 쫄깃함을 강조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일상적으로 즐기는 빵이 되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실기 품목으로서 베이글은 의외로 꽤 까다롭다. 반죽을 3단 접기 후 길게 밀어 입구를 벌리고 이어주는 과정이 핵심인데, 이때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다. 균일하게 반죽을 밀지 않으면 어떤 부분은 두껍고 어떤 부분은 얇게 돼 모양이 미워진다. 너무 짧게 밀어서 중간에 구멍을 작게 돼 완성된 베이글을 보면 구멍이 다 막혀서 볼품이 없어진다. 뭐 하나 쉬운 것은 없는 법!


오븐에 넣기 전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이 제일 번거로운데, 이 과정이 표면을 젤라틴화시켜 껍질을 단단히 형성하고 속을 꽉 채운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준다. 물 온도가 낮으면 표면의 광택이 없게 되니 물은 팔팔 끓는 상태여야 한다.


참고로 베이글 실기 시험에 들어가는 재료는 매우 단순하다. 강력분, 물, 이스트, 제빵개량제, 소금, 설탕, 식용유가 전부다. 그나마도 밀가루와 물 빼고 다른 재료는 아주 조금만 들어가서 재료비만 본다면 가장 저렴한 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제빵기능사 베이글 빵은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크림치즈가 없다면 먹기 어려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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