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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Apr 05. 2024

카페 문을 닫았다

사장님, 그동안 애썼어요


#1. 저녁 식탁


건순 : "내가 크면 집을 지어서 아빠, 엄마 살라고 하나 주고, 그 옆에 집을 짓고 살 거야. 오빠도 같이 지을래?"

건만 : "글쎄."

건순 : "또 그 옆에는 카페를 만들건데, 아빠, 엄마는 카페 오면 커피가 공~~~짜!!!!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싸게 받을 거야."

건만 : “그럼, 할머니가 오시면?”

건순 :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니까 공~~~~짜!!!”

건만 : “건순아, 미리 말하지만 오빠는 카페일은 안 한다. 네가 알아서 다 해라. 그리고 그렇게 비싸게 받으면 안 팔려. 요즘 천 얼마짜리 커피도 많은데. 잘 생각해."


집도 지어주고 무한공짜커피 좋다고 물개박수를 치던 애비, 애미가 애들 대화에 무릎을 탁 친다. 건만아, 니는 경제만화책 좀 들춰봤니. 느그 이모 카페는 어쩌니.




CAFE HONG에 놓아둔 그림 @HONG.D 그리고 찰칵


#2. 카페홍


홍디의 여동생은 카페를 운영했다. 이제는 과거완료형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없을 2월 29일이 카페홍 영업 마지막날이었다.


홍디 : “엄마, 건순이랑 지금 카페 잠깐 들를게요."

홍디애미 : “아이고, 홍디야, 오지 마라. 카페 지금 난리다. 앉을자리도 없고, 애 데리고 와 봤자 고생이야."


이별을 아쉬워한 손님들인가, 쿠폰을 써야 하는 단골들인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여서 카페홍 사장님의 마지막 혼을 알토란같이 뺀 모양이다.


과거완료형 추억의 카페홍 @HONG.D


동네 한적한 골목에 터를 잡고 6년 6개월 동안 어둠을 밝혔던 카페홍이 문을 닫았다. 2017년 더울 적, 홍디가 건순이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을 지내는 동안 카페 오픈 준비를 도왔다. (H)CAFE HONG의 컨셉과 로고, 매뉴얼 작업을 하였고, 인테리어 공사도 진행했었지. 건순이 쭈쭈 한 번 먹여놓고 다음 타임 모유를 유축해 두고, 집기를 보러 을지로 가구거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건순이가 커가면서 함께 성장한 카페는 코로나 위기도 버텨내다가 결국 폐업을 결정하고 말았다.




카페홍 특제인기메뉴였던 과일음료들은 홍디애미=건순이 할미의 공이 하늘에 닿고도 남는다. 때마다 핸드메이드 레몬청을 담그고, 생자몽을 짜서 씨를 발라내는 고난도 수작업을 하시느라 애쓰고 애를 쓰셨다.


홍사장은 결벽에 가까운 위생적인 운영으로 9시에 클로징을 하고도 자정이 다되도록 늦게까지 마감을 하곤 했다. 홍디애비=건순이할비도 늦은 시간 마감 도와주시느라 오래도록 고생하셨다. 가게 여기저기 유지보수하시는 홍가이버로도 활약하셨지.


영업을 마감한 지 한 달여, 집기들을 정리하고 폐업 절차를 밟으며 몸도 마음도 정리하고 있을 카페홍 사장님 수고 많았다. 울컥울컥 하면서도 덤덤하게 다른 길을 찾아갈 동생을 무한 응원한다.


헬리포트를 접목한 브랜딩 @HONG.D


훗날 카페홍 다시 부활시켜 준다는 언니의 말에 “언니는 카페 하고 싶어? 난 못해. 안 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동생이 안쓰러웠다. 힘들지 않은 돈벌이가 어디에 있겠냐만, 하루 온종일 손은 쉴 새 없었고 몸은 묶여 있었지. 내 동생 홍사장 참말로 애썼고 앞으로 나아갈 꽃길을 찾아보자.


그나저나 어쩌니. 언니가 써놓은 미래일기에 건물 올린 카페홍이 등장한다고. 오늘처럼 꽃비 내리는 어느 날 카페홍이 부활할지 모른다 이거야. 컴백기념 화분, 사주고 그려주고 다할게. 가까운 미래에 아니 되거든, 건순이를 기대해 보자. 무한공짜커피를 위하여 잘 키워보리.




+덧마디.

홍사장 덕분에 다시금 들춰보는 미래일기.

과연 긍정확언의 효과가 있을지는 몇 년을 두고봐야겠지.

1등 20번, 2등 86번 당첨된 로또명당의 기운이 올지는 당장 보자고요홍홍.

https://brunch.co.kr/@hongdi/18


홍사장과 홍디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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