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_ 잔혹 동화에 기댄 <분노 1>
등껍질이 되어버린 발꿈치와 발가락을 마저 잘라
유리구두를 신게 할 것이다
내 심장을 뜯어먹고 웃던 그 눈
수천만 마리의 비둘기를 보내 당신의 눈을
쪼아 먹게 하겠다
매일매일 증오를 먹고 자란 독이 든 사과
당신에게 내어 줄 것이다
굶주린 사냥꾼을 보내 당신의 개를 매달고
한 가닥 남김없이 털을 뽑고 목을 잘라
그 피로 당신 이마에 파스카를 그어도
구원받지 못하게 하리라.
내가 당신의 유일한 상실을 깨닫게 할 것이다
뱀이 우글거리는 지하동굴 병원
당신의 아들이 당신을 그곳에 버리기로 한 것을
당신이 알게 할 것이다
혀가 뽑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태산같이 쌓아 올린 모정(母情)이 물거품 될 때
발등에 찍힌 도끼, 아들이 침을 뱉게 될 것이다.
오호라,
피 냄새를 맡은 뱀의 이빨에 찔려
오랜 잠에 들겠구나
왕자처럼 살던 당신의 꼽추 아들이
작별의 입맞춤도 없이 버려두고 가겠구나
천년만년 편히 잠들 거라는 안도,
잠들지도 죽지도 못하게
내가 그 쪼그라든 사지육신에
차디찬 눈보라를 뒤덮을 것이다
음,
그럴 수 없지
그렇게는 안 되지
내 모욕의 칼 끝에 용서라는 피를 묻힐 순 없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잔인한 형벌,
당신에게 기다림을 보낼 것이다
잡아 보지 못하는 빈손
죽음 앞에 단말마로 휘젓도록
오늘마다 내일마다 계절마다 내 이름이
혼미한 기억 속에 더 깊게 사무치도록
당신이 죽인 내 아버지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죽음에 이르러
지옥괴물이 당신에게 가도록 안내하겠다
비로소,
나의 자비가 끝났음을 기꺼워 볼 것이다.
2024. 06. 14
우리가 아는 동화는 실제로 좀 잔혹하다네요.
실제 원작 동화와 제가 기존에 써놓았던 글에
관점을 다르게 하여 써봤는데,
좀 아쉬움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글쓰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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