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의 시점
17. 그에 대하여 (윤아의 시점)
윤아와 인성은 노천카페 테라스에서 샴페인과 맥주를 마셨고, 그리고 스카치가 들어간 도수가 꽤 높은 칵테일까지 마셨다.
윤아는 문득 인성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윤아는 그의 시선을, 그의 마음을 미행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계속 마음 한켠에 불안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인성은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 안개처럼 미스터리한 인물로 느껴졌다. 때로는 배경처럼 희미하게만 존재했지만, 윤아는 그에게 완전히 몰입해 있었고, 그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항상 겉도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그가 처음엔 냉정해 보였지만, 어쩌면 그 때문에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깨지지 않는 벽은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윤아는 되짚어보았다. 그와 함께 혜선의 집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은 불편하기 시작했다. 윤아는 그의 시선을 미행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는 그의 시선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를 믿고 싶었다. 시선을 미행하는 것은, 그를 믿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확인해야 했다.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한 이 기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그의 시선을 확인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의 마음을 느껴보려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 정확한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둠 뒤로 마지막 남은 노을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 밤바람이 그녀를 스쳤다. 도시의 향기가 그녀의 몸을 덮었다. 유쾌하게, 시원하게, 여유롭게. 그렇지만 그 향기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지도 않았다.
“미쳐 있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겠어요.”
그녀는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웃었다.
“약간 취한 것 같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갈까?”
그가 일어서려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을 잡았다.
“궁금한 게 있어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를 사랑하죠? 나를 사랑하는 거 맞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네? 사랑해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사랑이 뭔지는 알고 있는거죠?”
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를 건조한 사람이라고 해요. 남들은 저보고 항상 미적지근하대요. 저도 제가 누굴 상대로 ‘사랑이 이런 건데 당신은 사랑을 잘못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입장은 못 돼요.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녀의 일방적인 대화가 한참 이어진 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 주는 걸 기다리려 하지 않는 거지?”
그는 고민 없는, 아주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그의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눈빛을 읽어냈다. 그녀는 작게 실소했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먼저 내려가서 계산하고 있을게.”
그는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테라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를 기다리려다 결국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러운 감정은 분명히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는 듯했지만, 곧 제 갈 길을 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윤아는 그런 그를 보고 다시 조심스럽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그녀는 그의 방에서 그의 시선을 찾아냈다. 그리고 비로소, 그녀는 그의 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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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다중성과, 사랑 속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분열과 통합을 다룬 심리소설입니다.
융의 ‘Self–Persona–Shadow’ 개념을 바탕으로, 기억과 망각, 침묵과 거짓 사이에서 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랑은 나를 하나로 만들어주는가,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가?”
사랑이 존재의 통합을 이루지 못할 때,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복제하고, 그 시선 속에서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려 합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정체성을 실험하는 심리소설이자, 복제된 자아의 시대를 사유하는 실존적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