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무탈하다가
불현듯 난파하는 게
꼴사납다 여기지 않기로
소매에 정박한 물웅덩이쯤
고로를 버틴 나에게 풀어주자
깊은 물이 있어야 큰 배가 뜨는 법
얕은 물에선 출항하지 못한다
침묵에 쏠리면
조약돌에도 금이 가고
종이배조차 금세 침몰한다
부디
뼈에 새긴 선언
걸어둔 새끼손가락
무사히 헤쳐가도록
닻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