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그렇게 난치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병명은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대장과 직장에 발생하는 염증성 장 질환입니다. 똥꼬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방문한 병원에서 뜬금없이 내과 질환을, 그것도 희귀 난치병을 얻을 줄이야.
아니, 그런데 염증은 나으면 그만 아닌가요? 겨우 염증이 생겼다고 갑자기 난치병 환자라니요. 의사 선생님께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점잖게 대답해주셨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이 난치병인 이유는 아직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염증과 달리 완치가 어려우며, 평생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요.
제 증상은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대변과 함께 피를 보았던 것(혈변)도, 누런 콧물 같은 것이 함께 배출되었던 것(점액변)도 모두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이었습니다. 내가 난치병 환자라니. 동네 병원에서 급작스럽게 난치병 판정을 받으니 황당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한 달 치 약 처방전과 함께 또 한 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무서운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아니, 내가 난치병 환자라니!
병원을 나선 후에도 완치가 어렵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믿기 어려웠습니다. 에이, 장염 같은 거겠지. 약만 꾸준히 먹으면 나을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난치병, 평생 약 복용 등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요. 실제로 한 달 동안 꾸준히 약을 먹으니 증상이 점차 나아졌습니다. 변기를 빨갛게 물들이던 혈변이 사라졌고, 오랜만에 깨끗하고 멀쩡한 똥과 인사를 나누었죠. 깨끗한 똥이라니, 이보다 모순적인 말이 있을까요? 저는 혈변도, 점액변도 아닌 멀쩡하고 깨끗한 똥이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난치병은 무슨, 그냥 단순한 염증이었네.
하지만 건강한 배변 활동의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변기는 다시 새빨간 핏물로 가득 찼습니다. 빨간 변기를 목격한 순간, 저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오늘만 그런 거겠지. 내일은 괜찮을 거야.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변기는 여전히 빨갰습니다.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증상이 완화된 지 꼭 한 달만이었습니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므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사실이었습니다. 증상이 완화됐더라도 약을 끊어서는 안 됐습니다. 꾸준한 약물 치료로 증상이 없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약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가벼운 꾸지람을 듣고, 다시 두 달 치 약을 받아 집에 돌아왔습니다.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 난치병 환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