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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pr 16. 2023

벼룩을 훌쩍 뛰어넘는 꿈

- 오븐에 굽다 1



2~3mm 는 벼룩 몸에는 탄성 좋은 특이 단백질, 레실린이 있어 점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제 몸의 150배까지 뛰어오를 초능력이 다. 사람으로 치면 63 빌딩을 뛰어오름다니, 내 몸에 레실린 지닌다면 스파이더맨안 부럽겠다. 그래서 벼룩벼룩 . 벼룩도 얼굴이 있지, 차라리 벼룩 간을 내  먹어라, 같은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오늘 내게 쑥 들어온 말은, "뛰어봤자 벼룩"이다.




영어권에서도 우리 집에선 세종대왕께서 편찬하신  한글을 밥먹듯이 사용하듯, 우리 집 부엌용품도 한글적란 사실을 며칠 전에 확인했다. 옆집할머니에게 받은 레시피를 보고 "콘프레이크  n 레이즌 비스킷 Corn Flak & Raisen Biscuits"을 만들려니, 마뜩한 호주부엌용품이 없었다. 


선 오븐용 쿠키판이 없었다. 


10년을 살아도 시어머니 성씨를 모른다더니, 쿠키판은 아주 납작한 사각트레이를 용한다는 걸, 호주생활 16년 만에야 알게 되었다. 에서는 주야장천 한국말만 일삼았듯이, 내 부엌에서도 한결같이 코리언쿡만 해대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쿠쿠밥솥이 터줏대감이 되어 우리 집 부엌을 든든히 지켜오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주식 퀴시만 해 먹었던 터라, 용 트레이 하나 달랑 있다. 즘은 그것도 사용하지 않아서 세수한 듯 말끔하다. 이 나라 부엌시스템, 스토브 아래 세트로 붙어있는 오븐은 7년 전 이사 오고 한 번도 사용한 흔적이 없으니 닦은 적도 없어, 오븐기의 어설픈 몰골에서 쌩, 바람이 느껴진다. 오븐의 닫이문 리벽 오랜 얼룩이 세수 안 한 촌할머니 얼굴 같다.


한국에서 이역만리까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왔다고는 하지만, 너무 오래 한국음식에만 코를 박고 살아온 것 같다. 슈퍼마켓이나 베이커리숍에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빵과 파이를 사 먹기만 했다.




어느 생물학자가 벼룩을 높이 1m의 투명 병에 넣고 뚜껑을 덮어놓았단다. 그토록 잘 뛰어오르는 벼룩은 최대 1m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한참 후 뚜껑을 열어놓아도, 1m에 적응되어 버린 벼룩은, 더 이상 높이까지 뛰어오르지 못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한계치에 감금되어 있었다.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속담이 그래서 생겨났다.


이 말이 나를 위해 나온 말 같았다.


조만간 오븐을 사용해 봐야겠다. 뒷전 물러나있던 오븐을 청소하오븐과 친교를 도모해 봐야겠다. 따끈한 오븐 최적의 온도 맞춰서 빵 굽는 냄새를 솔솔 풍겨봐야겠다. 고소한 쿠키도 구워봐야겠다. 밥과 국냄새 사이로 빵향이 풍기도록 빵을 봐야겠다. 1.1m, 1.2m... 그러다 2m를 훌쩍 뛰어넘는 벼룩이 되어야겠다. 을 넘본다는 일은 뭔가를 창조하는 일이다. 래, 오늘 밥순이가 내일 빵순이를 넘보니 하마 설렌다.



밥솥과 오븐 사이에서 뉴 아이템을 쿡할, 코리언 레이디가 되는 꿈,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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