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는 말이 없지만, 오래도록 기억한다
카스피해 바람이 불어오는 길 끝에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높게 펼쳐진 바위를 바라보았다.
여기는 고부스탄.
아제르바이잔의 땅,
바쿠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달리가면,
한 시대가 아니라,
한 문명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그저 거칠고 황량한 산기슭일 뿐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시선이 익숙해지자
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원전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이 그린 삶의 기록들이다.
사냥을 나서는 무리,
춤을 추는 사람들,
짐승, 별자리, 배, 태양의 형상 등등......
돼지처럼 보이는 암각화를 보니 과거에는
이 땅이 그렇게 척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바위 하나하나가 고요한 선율처럼 울린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마 이 그림을 새기던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남기기 위해,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바위 위에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한다.
문득, ‘가발 대시(Gaval Dash)’라 불리는
돌 하나를 두드려 보았다.
실로폰처럼 울리는 맑은 소리.
그 순간,
이 땅의 사람들도 우리처럼 음악을 사랑하고, 소리를 기억했던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부스탄을 걸으며,
‘기억’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쉽게 기록하고 쉽게 지우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바위 위의 낙서 같은 그림들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치열하게 기억하고자 했는지
증언해주고 있었다.
수천 년 전의 인간과 지금의 우리들.
시간은 흐르지만,
삶을 그리려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돌은 말이 없지만,
후손들은 그 시대를 기억해 내려고
돌 위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을 읽어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인간은 이야기를 새겼다.
암각화를 해석하며,
기억은 아주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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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 콩새작가
작곡 : 수노
1절
돌 위에 새긴 바람의 문장
천 년 전 누군가 남긴 말
손끝으로 어루만지면
그 시간이 말을 건네네.
2절
사막의 숨결이 바다를 만나
카스피의 물결이 춤을 추네
발아래 귓속말처럼
그대 이름을 속삭이네.
고부스탄,
바람은 기억을 품고
고부스탄,
별빛은 그림자를 안고
잊힌 이름,
지워진 시간
돌의 심장에 남은 사랑
3절
나는 여행자, 그는 기록자
흘러가는 모든 순간을 새긴다
내 마음 깊은 곳에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겨
고부스탄,
바람은 기억을 품고
고부스탄,
별빛은 그림자를 안고
잊힌 이름,
지워진 시간
돌의 심장에 남은 사랑
그대와 나, 다시 만날 곳
고부스탄,
그 돌 하나 아래서
바람과 노래는 멈추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