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가 개봉을 하고 난 후-
같이 작업했던 언니들의 잇단 퇴사로,
졸지에.. 프로듀서가 되어버린 나는..
<낮은 목소리>의 극장 개봉과
지방 순회 상영 등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변영주 감독과 같이
새로운 다큐 작업을 기획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가 결정했던 기획이 바로,
게이· 레즈비언 - 성소수자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에 우리는,
할머니들과의 관계는 계속 변함없이 유지하되-
할머니들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또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럼에도, 나중에 결국-
<낮은 목소리2> 를 다시 작업하게 되었던 건,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었으니..
그 내막은 나중에 따로 밝히겠다.
새 영화 기획을 위한 인터뷰를 빙자해서(?!)
처음. 서동진 형을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영주 언니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내색은 절대! 못했지만-
속으로.. 엄청나게 긴장하고, 떨었었다;;;
"동성애" 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에이즈" 라는 것에 대해..
지독하게도 잘못 알고 있었던!!
선입견 때문이 컸던 것 같은데..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동진이 형은 참 멋지고 근사한 사람이었고..
(현학적인 어휘력을 쉽게 구사할 정도로,
굉장히 지적인 사람이었고.. 미적인 면에서도,
식견과 감각이 아주 뛰어났던 걸로 기억된다.)
"동성애" 라는 것에 대해..
"틀림" 이 아니라, "다름" 에 대해..
가슴 깊이 이해하고, 인정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후로, 동진이 형과는 자주 만나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해 같이 논의도 하고..
동진이 형 덕분에,
다수의 성소수자 모임에도 참석을 해서..
많은 동성애자들과 만나고 교류 하면서,
심도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잊을 수 없었던 일은..
고려대의 성소수자 모임인 "사람과 사람"에서,
내 친구 K를 만나게 되었던 일이었다.
K는, 대학 시절부터 같은 조직인-
진학련에서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동지였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성소수자 모임에서 딱-!!
서로 맞닥 드리게 된 것이다!!
나 보다는.. 본의 아니게,
강제로 커밍 아웃을 하게 되어버린!!
K가 얼마나 놀라고 당황을 했던지;;;
K의 마음을 열기가,
제일 어렵고 힘들었던 것도 같은데..
머지않아, 나의 본심을 알게 된 K와는
이후로, 더 많이 가까워져서..
(둘만의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게 되면,
더 가까워지는 게.. 친구 사이니까! ^^ㅋ)
서로의 연애 상담도 해주고,
아주 좋은 친구 사이로.. 한참을 잘 지냈던 것 같다.
(나중에, K가 뒤늦게 군 입대를 하면서-
아쉽게도.. 연락이 끊어졌다. ㅠㅠ)
지금에 다시 생각을 해봐도,
게이인 남자 친구는 최고의 친구일 수 있었다.
서로 간에, 사심이 생길 여지가 1도 없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친구 K 덕분에, 동성애에 대해-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심 어린 이해와 함께..
우리의 새로운 영화 기획은 점점-
심도가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