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떨어져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면 실내 클라이밍을 추천한다. 실내 클라이밍의 매력은 목표가 코앞에 보인다는 거다. 우리가 흔히 은유적으로 '고지가 코앞이다.'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실내 클라이밍은 정말 목표가 코앞에 떡하니 보인다. 홀드를 잡을 때 코끝 차이로 미끄러져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 목표는 비가시적이다. 뭔가 가닿을 수 없는 추상적이라고나 할까. 하물며 줄넘기 100개가 목표라도 100개라는 수는 추상적이다. 하나, 둘 카운트를 세도 그게 눈앞에 물리적으로 만지고 닿을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는 거다. 살면서 우리의 목표라는 게 대개 이런 식이다. 하지만, 클라이밍처럼 목표를 코끝 앞까지 세워두고 바라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클라이밍은 성취의 피드백이 빠르다. 클라이밍은 A에서 시작해 Z지점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라면 사실 이 목표를 이루는 방식이 쪼개져 있다. 즉, A 홀드에서 B홀드를 잡고, B홀드에서 C홀드를 잡으면서 하나씩 클리어한다. 하나의 홀드를 잡을 때마다 성취감이 바로 생기고 C 홀드를 잡지 못했다면 C홀드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생겨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많은 목표의 경우 동기부여-성취-실패 이 세 구간의 텀이 길어서 지속이 힘들다. 하지만 클라이밍은 이 세 구간의 텀이 매우 짧고 피드백이 빨라서 성취의 선순환이 빨리 일어난다.
아무리 연습해도 잡지 못했던 F 홀드를 일주일 지나자 잡은 적이 있다. 그때 생각한 게'어! 이게 왜 잡히지?'였다. 그렇게 잡히지 않던 F홀드가 갑자기 너무 자연스럽게 잡혀서 황당했던 거다. 다시 해봐도 또 잡혔다. 그제야 성취감이 물밀듯이 밀려와 기뻤던 기억이 있다.
자존감이 떨어져서 일상의 낙이 없다면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운동 시스템이 실내 클라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코 앞의 목표를 하나둘씩 이룬다면 클라이밍이 아니더라도 자신감은 다른 곳에서도 발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