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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자기효능감

by 걷고

서울 둘레길 완주를 마쳤다. 157km를 2020년 4월 6일에 시작하여 총 15번에 걸쳐서 완주했다. 기분이 좋다. 뭔가 시작한 일을 끝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는 지인들에게 완주증과 기념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축하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더 느낄 수 있다.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스스로 약속한 일을 마친 후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듣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심리적 자원이 바로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주인이 되어 사는 것이다.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며 살 수는 없지만, 타인의 평가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잘 모르면서 너무나 쉽게 평가나 비난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말로 인해 회복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자존감’ 있는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듯 타인의 ‘자존감’도 존중하며 배려한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평가를 말한다. ‘자기 효능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양한 시도와 대안을 찾아내고 시도하며 성공과 실패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긍정적인 도전 정신은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기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시도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치를 알게 되고 시도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반면에 시도조차 않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능력 자체를 사장시키기도 한다.


걷기 동호회에서 운영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이양은 문구 디자이너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동종 업계인 다른 회사의 임원이 스카우트를 제안해서 입사했는데, 그 상사와의 갈등이 심했다. 늘 잘한다는 얘기와 칭찬을 듣고 살아왔던 그녀는 많은 지적과 비판을 받으니 손발이 묶인 느낌이 들었고,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으니 견디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잘못되었고, 부족하다는 자괴감까지 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5년간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그즈음 헤어지게 되면서 충격을 더 심하게 받았다. 평상시에는 자존감도 높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 적도 없이 지내온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게 되니 능력과 경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인 기피 현상도 나타났고 우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인의 추천으로 걷기 동호회에 가입해서 열심히 걸으며 그녀는 스스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50km 걷기와 장기 도보에 도전해서 성공리에 마친 그녀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되찾으며 자기 효능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상사와의 갈등, 그리고 연인과 이별의 슬픔을 스스로 해결하고 치유해나갔다. 누군가는 기꺼이 도전하고, 누군가는 망설임 속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점점 자신 속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녀는 걷기를 통해 얻은 자기 효능감 덕분에 타인의 평가나 환경에 얽매여 살지 않고 자신의 주인으로 살기 시작하게 되었다.


‘자기 효능감’을 양성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쉽고 사소한 일을 계획하고 마치는 것이다. 성취감을 느끼면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겨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고, 다른 시도를 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며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다. 서울 둘레길은 그런 면에서 내게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는 좋은 방편이었다. 동시에 건강까지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각자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작은 계획을 하나씩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삶에 활력이 생긴다.

서울둘레길.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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