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숨기거나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서 캔디처럼 웃으면서 일어나. 이런 행복한 척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현실과 드라마의 괴리를 느껴. 우리 삶이 정말 행복한 척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보다, 행복한 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우리는 감정 표현에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
선생님의 대답은 NO야. 거짓말을 하고 나면 마음이 불편하지. 그것처럼 거짓 행복도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이야. 그런데도 우리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를 꿈꾸며 이상적인 삶을 원해. 힘든 순간이 와도 쓰러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견뎌낼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을 보채지. 내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야. 우리는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에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감정 노동자로 만들고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어. 천하무적 캔디가 왜 캐릭터로 등장했겠어. 그리고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유명하겠어. 모두 사람들의 이상 속에 있는 모습을 구현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자신이 이룰 수 없는 것일 수 록 동경하는 경향을 보이니까. 재벌 2세와 평범한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이지.
드라마에 속아 내 삶은 행복한 척하려 애쓰지 말자. 우선, 그 시간에 우리는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진짜 행복을 만들어가자. 어렵지 않아.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학교에 오기, 오늘 친구와 나누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기. 이런 작은 것들이 너희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어. 너무 거창하고 엄청난 행복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하루를 만들어주는 소소한 행복을 스쳐 보내고 있는 거야. 오늘 너희를 웃게 한 일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고 생각하자.
행복은 평범한 일상이 있기에 빛나는 거야.
다음으로 행복 강박을 버리자.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삶을 황폐하게 만들지 말자. 매일이 행복하다면 그 행복에 무뎌지고 소중함을 잃겠지. 그때부터 행복은 행복이 아닌 거야. 때로는 슬프고 아프고 외로운 순간이 있어야 행복은 더욱 빛나는 법이거든. 그날을 위해 우리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날을 아껴주자. 선생님은 늘 행복을 찾고 고민했어. 그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살았는데도 행복은 오지 않았어. 오히려 행복에 대한 강박으로 내 마음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 뒤로는 행복을 좇지 않아.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사랑해주고 있어. 그렇게 살다 보니 나의 작은 웃음에도 행복해지는 시간이 오더라.
선생님이 수년간 했던 고민의 결과가 이 글에 담겨있단다. 이 일기를 듣고 너희는 행복 찾기에서 조금만 돌아갔으면 좋겠다. 소소한 행복 찾기, 행복 강박 버리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선 오늘의 소소한 행복부터 찾아보길 바라. 오늘도 수고했어요. 안녕.
2020.06.15.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