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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Nov 09. 2021

9. 사랑받지 못했어도 괜찮다.

사랑의 왜곡은 부작용을 낳는다. 과거의 나를 만나 왜곡된 사랑을 바로 잡고, 사랑을 채우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사랑받지 못했어도 괜찮다. 너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랑스럽다. 우리는 결국 그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너는 오직 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아 마땅하다.




엄마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함께 살았지만, 엄마의 따뜻한 품이라는 느낌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삶에 찌들어 인상을 잔뜩 쓰고, 그냥 말해도 되는 것을 소리부터 지르고 욕하는 엄마, 화가 날 땐 온갖 욕이란 욕을 다 동원해서 자존감을 너덜너덜하게 만들던 엄마가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그런 여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왜 하필 이런 곳에서 태어났을까… 차라리 다리 밑에 버리면, 우리 부모보다는 나은 부모가 나를 데려가지 않았을까.’ 어릴 때 누가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얘길 들으면, 그렇게 버려진 아이이길 바랬었다. 어느 날 따뜻하고 근사한 눈빛을 가진 진짜 엄마가 찾으러 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유일하게 엄마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어느 날 오후였다. 대낮에 들이닥쳐, 온 집안을 뒤집으며 눈에 띄면 닥치는 대로 꼬투리를 잡아 잔소리를 해댔다. 아무리 화를 내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무섭고 서러워서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병신 같은 년. 너 같은 건 필요 없으니, 나가서 죽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난 네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야. 어디 가서 죽던지 말던 지, 네 맘대로 하고 살아!!”라고 말하며 결국 하우스 밖으로 나를 쫓아냈다. 밖으로 쫓겨나 엄마에게 복수라도 할 요량으로 잠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아랫마을에 있는 개울로 발길을 돌렸다.



개울엔 동네 아이들이 한쪽에서 멱을 감기도 하고, 까만 고무 튜브나 두꺼운 스티로폼 위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물풀 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서 나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맨손으로 작은 피라미 새끼를 쫓고 있었다.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혜진, 너희 엄마가 너 찾는다!! 얼른 가봐~”


개울가에 화가 잔뜩 난 엄마가 서 있었다. 겁을 잔뜩 집어먹고 엄마에게 이끌려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면서 엄마는 흘깃흘깃 뒤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 모습은 흡사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빗자루를 손에 들더니,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죽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이 사실처럼 느껴져 덜컥 겁이 났다.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쳐 울었다. 엄마가 빗자루로 바닥을 치며 소리쳤다.


“야, 이년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어디 가서 죽었을까 봐 한참 찾았는데

거기서 놀고 있어? 내가 진짜 못 산다 못 살아!!”   


  

그런데,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의 얼굴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분명 엄마는 울고 있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맞고 또 맞았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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