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여행길에 동행할 분들을 찾아 떠나는, '출근하는 마음태도'
오늘은 4년 전의 타임머신을 타볼까 한다.
일은 곧 나의 분신이자 자아실현(自我實現) 의미에 힘을 실었던 20대와 달리 30대에 접어들면서 '일은 곧 생존'이었다. 조직, 리더, 일의 본질과 일하는 이유 등 일과 관련된 여러 질문과 고민이 컸었던 시기를 되새겨보려면 2017년으로 돌아가봐야 한다. 그 해 새로운 팀장님이 발령 오셨다. 기존의 업무 스타일은 다르게 해석되었던 그 시점, 이후 그와 함께한 3년간 나의 업무분장도 제각각 달라졌다. 꾸준히 한 업무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윗분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의 롤은 늘 바뀌어졌다. 그 와중에도 내게 온 기회들을 감사히 여긴 시간들이었다.
나의 커리어에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봤고, 하고싶은 업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엔 출산과 육아휴직 기간도 포함되어있었다. 조직에 소속된 신분이었기에 중단할 수 있는 커리어에 잠시 쉼을 갖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작년 8월 말에 새로운 팀으로 발령이 났고, 기존에 했던 업무의 파이를 늘려 4년 전과 다른 업을 하고 있다. 본질적인 업무의 분야는 같지만, 업무의 결과는 현저히 다른 업무. 더 하고 싶은 업이 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내가 잘해야 하는 업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팀에 와서 1년 넘게 고민하고 있다.
돌아본 20대는 미숙한 점이 많긴 했다.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역량(力量,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다. 의욕이 100점 만점의 90점이라면, 나의 실력은 30점 이하였다. 나 자신을 인정하지만 더 많은 기회가 오길 바랬지만, 내가 해야 할 작은 몫은 정해져 있었다. 그 몫을 충실히 하지 못한 내게 세상은 박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주제가 있는데 그에 상응하지 못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내게 소화하지 못한 큰 몫이었다. 다시 찾아온 작은 기회들도 어느 순간 두려워졌다. 그 결과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20대의 시간 내내 10년간 글에 대한 고민을 해온 터라 충격이 컸었다.
갓 대학을 입학한 후 학보사에서 활동한 대학생 1학년 때 문득 기자가 나와 적성이 잘 맞다고 생각 들었다. 기존에 그려왔던 '동시통역사' 의 이정표는 버리고, 과감히 다른 진로를 정한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기자를 꿈꾸며 언론고시반에 들어가서 언론고시를 준비하여 언론사는 첫 직장이 되었고 이후 잡지사를 거쳐 업을 이어왔지만.. 처절히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시기였다. 30대 문턱에 들어서자 나를 표현했던 수단인 글을 버리고, 다른 업을 통해 희망을 얻었다. 다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지금의 업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늘 갈증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아는지라 다시 그 세계에 발 담그기에 나의 노력과 도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용기를 내기가 늘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매번 텍스트 가까이에 있는 배회하는 업을 고르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텍스트와 관련된 업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영역이 늘어난다면, 내 장기가 많아질수록 나쁠 일은 아녔기에. 그만큼 새로운 분야나 하고 싶은 곳에 도전을 해볼 만한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야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할까. 예전처럼 '실패' 한 번이 일상을, 삶을 통째로 집어먹기엔 나는 나만의 고유 영역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건 내 자신을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어떤 도전이든 '합격'통지서를 한 번에 받으면 좋겠지만, 굳이 받지 못해도 그 과정의 경험을 즐겼다면 나는 성장한 것이었다. 이미 완결된 사람이 아니라 40대가 되어도 50-60대가 되어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글을 계속 써보고 싶은 생각은 내 마음을 꾹꾹 자극했고, 결국 지난 8월부터 매일 브런치에 1편의 글을 채우는 #하루한편채우기 리추얼(매일 의식적으로 규칙적으로 하는 행위, 습관)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로 마흔 한 편의 글을 채우는 이 시점에, '성장은 끝이 없다'라는 모토를 지닌 비커밍우먼 을 만났다. 이들은 여성리더 워크라이프 콘텐츠를 제작하며, 텀블벅 통해 워크지(나의 자존감은 어디쯤 있나요? 성장을 위한 PDF 6일 시트)를 펀딩했다. 이들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는데 후원을 하며 워크지를 메일로 받게 되었고, 지난 8월 중순 일주일의 시간 동안 그들의 워크지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었다.
매일 아침 리추얼시간통해 '내 자신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있지만, 또 다른 메시지를 건넨 워크지였다. 질문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존감 레벨과 이유(5:매우 높음, 1: 매우 낮음)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 높은 사람의 기준은?
*나의 장점 5가지 이상 적어보기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하 5가지 이상 적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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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호불호 적어보기,
*이 밖에 나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
*오늘 하루 동안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대해 적어보기
평소 생각했던 질문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들도 있었다. 직접 이 워크지를 만든 비커밍우먼 크루들을 만나보니 어떤 의도로 이 질문들을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보다 타인이 좋아하는 선호품에 더 관심을 가지거나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타인의 PR을 우선시하는 여성은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해야 할지.. 알려주는 기술노트와도 같았다. 일종의 워크북.
이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많이들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여성 리더가 계세요. 모르고 지나가시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깊고 솔직하게 담아보려고 합니다. '비커밍 우먼'은 여성 리더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록물을 통해 다른 분들이 동기부여도 받으실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소망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를 모시고 앞으로 풍성한 콘텐츠로 만나 뵙겠습니다. 성장엔 끝이 없습니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커밍 우먼'이 되겠습니다.
_비커밍우먼의 소개글 중
오늘 비커밍우먼의 운영진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만든 워크지에 대한 답변과 생각을 나누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무너진 20대의 자존감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이제는 회복된 나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뜻깊었다. 비커밍우먼이 만나는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도 워크지에 적힌 질문의 답에 대한 본보기였다. 현업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을 그린 영상, 이미지 콘텐츠를 보면서 나는 내 인생에 어떤 리더로 살아야 할지 잠시 고민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중 워크지의 질문 중 가장 내게 울림이 컸던 답변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기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래 3가지로 정의했다.
타인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은 사람
늘 평정심 유지, 화가 적은 사람
자신의 인격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의 인격도 존중하는 사람(타인 앞에서 남을 버럭 하지 않는)
업을 하다 보면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보인다. 어찌 됐든 일의 결과물은 도출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와 방법을 찾는지 생각해볼 때가 많다. 10여 년간의 일을 하며 내가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한 생각은 '일하는 태도'였다. 그것이 바로 앞서 답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기준'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한 발짝 더 앞서가서 올해는 일잘러보다 출근하는 마음 태도, 출근하기 전의 마음 준비가 더 중요한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 질문의 발로로 12월에 뉴스레터를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4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을 통해 선발되었는데, 시간을 미뤄 미뤄서 결국 연말에 그 작업을 처음 선보일 것이다. '출근하는 마음태도'에 대한 해답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점 투성이지만, 일하기 전에 내 마음을 잘 돌보고 일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 제작하는 '텍스트 콘텐츠'가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회를 못 받았던 20대의 사회초년생이 여러 조직과 사회생활로 단단해진 이후, 기회를 찾고 싶은 이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 출근 여행길에 동행할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