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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11. 2020

뒤늦게 본 엄마의 손편지

덧.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 보고 난 후


두 달전, 아이 돌잔치 이후 엄마는 토끼가 그려진 메모장과 녹색 양말을 건네주셨다. (돌잔치는 원래 내 계획에 없었으나 단란히 직계가족들만 모여서 치뤘다) 내 생각이 나서 미술관 아트숍에서 구입했다고 하시면서... 내 취향을 잘 아신 엄마가 고른 기념품이었다. 태몽이 토끼라, 그것도 내가 두번씩이나 토끼꿈을 꿨던..자연스레 아이옷을 고를 때 토끼가 그려진 옷을 눈길이 가서 바로 구매하기도 했었다.


갑자기 메모할 게 생겨서 엊그제 밤에 메모장을 펴봤는데.. 낯익은 글씨체가 보였다. 이 메모장을 엄마에게 건네받은 후, 잊고 있다가.. 거의 두달 반만에 펴보는 건가. 엄마의 손편지가 있을꺼라곤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 가슴이 먹먹해서... 새벽에 왈칵 눈물이 펑펑 났다. (다음날 출근인데)


2019년 9월 2일. 아이가 태어난지 1년이 되는 날. 2018년 9월 2일 배가 많이 아팠던 그날. 기억이 가물하다. 아이를 낳는건 꿈같은 일이다.결혼을 하니 엄마의 삶이 이해가 되었다. 아이를 낳으니 엄마의 일상이 내 일상에 다가왔다.. 그렇게 엄마를 잘 알게 되었다. 사실 서른살이 되도록 엄마를, 가족을 몰랐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되니 우리 가족을 더 잘 알게되고 그 인연이 소중해졌다... 정말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기나긴 독박육아 일정에 앞서 그에게 하원을 맡기고, 2시간 가량 조퇴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봤다. 그의 일주일 출장으로 독박육아를 해야하니 현재 상영중인 영화 <82년생김지영> 을 보러 마지막 혼자 개인시간을 즐기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


때마침 영화쿠폰에다 cj포인트, 위비포인트, 페이코 등등 다 적용해서 1300원의 행복으로 관람했다. 미혼일 땐 생각하지도 못한 알뜰함이 일상 속에 빚어나온다. 이젠 소소한 가치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것도 알았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내 모습이 투영될까봐 두려웠다. 영화보고 내 생각이 났다는 온제이와 앞자리 동료는 1시간 반동안 숨죽이며 계속 울었다고 리뷰해줬다. 그녀는 가지고 있는 휴지가 몇 장 남지않아 영화보는 내내 마음 졸였다고 하길래..혹시 몰라 나는 영화관에 나서기 전에 손수건 3장을 미리 챙겨서 핸드백에 넣었다.


영화 <82년생김지영>을 보며 생각했던 것은 지금의 우리 세대의 엄마이야기가 아닌.. 그 전 세대의 엄마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여서.. 더 슬펐다. 그냥 인내하고 사는 거. 엄마라서. 엄마라서 헌신해야하고 엄마라서 참아야하는 거.. 희생적인 삶을 살았던 엄마는 딸에게 “엄마가 도와주겠다”라고.. 말한다. 우리 세대 엄마들은 힘들다는 걸 표현하지 않은채 살아왔다. 자신의 마음은 얼마나 멍이 드는지 모른채... 그러나, 도움이 필요하지않아도 딸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우리는 안다.  


영화관을 나오며, 나는 남편이 육아휴직한 지영이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했다. 나를 표현하며 피하지 않고 지낼려고 하니깐. ‘내 자신을사랑하기’ 늘 엄마가 내게 강조했던 말이다.


눈을 감으니.. 이제껏 살아왔던 시간을 되돌리기 싫을만큼 지금이 가장 좋다. 행복하다는 걸 안다. 몸은 힘들더라도 내 마음이 가장 평온할 시기.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의 편지에 적힌 문구처럼 ‘용감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가 멋진 젠틀맨으로 자라는데 지지해주기.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내가 엄마가 될 줄.. 가끔 일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을 못하며, 그렇게 버티며 지내고 있다. 워킹맘의 고민은 끝이 없나보다. 14개월 아기를 둔 엄마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간다.



결혼을 하니 엄마의 이 이해가 되었다. 
아이를 낳ᄋ니 엄마의 일상ᄋ 
내 일상에 다가왔다.
그렇게 엄마를 잘 알게 되었다.
사실 서른살이 되도록 엄마를, 가족을 몰랐다.




엄마가 아이 첫번째 생일에 주신 토끼 메모장
사진첩에 토끼니트 폴더가 있을 정도로 토끼 그려진 옷에 집착. 이제 아이는 다음달이 되면 두돌을 맞이한다. 2018년말을 넘은 2019년 초에 찍은 아이의 어린 모습
두달 만에 읽게된 엄마의 손편지를 읽고 눈물이 주르르륵 흘렀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며 이 장면에선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포스터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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