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오늘의 단어집 펴보기]
"'쿵후(쿵푸)'라는 말은 본래 나날의 부지런한 수행을 의미합니다. 나날의 수행이 반드시 무술일 필요는 없습니다. 걷기도 그런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중략) 걷기를 즐기 못한 채 하루가 지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발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낭비고 손실일 것입니다."
(출처 : <걷기명상> 틱낫한 지음)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됨에도 주 3회 이상 꾸준히 걷고 있습니다. 걷는 자체가 그리 자유로운 일인 줄 몰랐어요. 뭔가 의식하고 걷는 게 아니라 걷는 그 자체를 자각하고 걷는 것에 집중하죠. '깨어있음'을 실현하는 순간입니다. 산만했던 마음과 생각들은 걷다 보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굳이 내가 꺼내보지 않고 싶었던 몇 해 전의 기억들도 걷다보면 문득 생각이 나요. 요즘 제 걷기 명상의 사숙님이신 틱낫한 선생님이 책에서 말씀 주시네요.
"누구도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데, 걱정을 너무 한 나머지 미래가 감옥처럼 된 것입니다. 실제 미래는 단 한 가지의 재료로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현재입니다. (중략)
좋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돌보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지금 이 현재를 돌봄으로써 미래를 구축합니다."
(출처 : <걷기명상> 틱낫한 지음)
지난 주말에 그런 경험을 했었죠. 앞서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자책감이 심해져서 일상을 지켜내며 미래에 해야 할 일을 놓쳤던 때가 있었어요. 눈은 떴지만 몸과 마음은 내가 해야할 몫을 못해내고 있었죠. 앞서 미래를 제 마음대로 재단했습니다. 지금 돌아보건대 생겨나지 않을 일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제 발목을 꼭 잡고 있었던 것은 제 마음이었어요.
어느 그 누구의 마음도 아니었죠. 무거운 마음을 며칠간 가지고 있다가 세상에 나와 제 몫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에 미묘한 움직임이었죠. 내 마음의 목소리는 내가 가장 먼저 잘 들을 수 있으니깐요. 소속이 없는 제 일상 속에 오는 자유로운 시간을 마음껏 즐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와의 데이트가 아닌 제 자신에게 말을 거는 데이트를 실현해봤어요.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멍 때리는 시간도 즐겼습니다. 원래도 혼자 노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지만요. 특별히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 시간을 즐겼어요. 그 찰나에 서점에서 만난 책도 소개합니다.
'나는 왜 내가 힘들까'(책정보(클릭))
책 띠지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더 와닿아서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심리 베스트셀러 작가 박진영 번역 및 강력 추천!!' 책 표지에 적힌 문구도 서점의 계산대에 카드를 내밀게 만들었습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이라니. 앞서 며칠 전 에 느꼈던 제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다준 거 같았어요.
저자 마크 R. 리어리는 미국 듀크대 심리학 석좌교수와 성격 및 사회심리학회 회장직을 역임하고 미국심리학회(APA) 펠로라고 합니다. 박진영 번역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통합의학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으로 여러 심리학 책들을 국내에 소개했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저자는 업무의 스트레스와 육아로 인해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던 중 지역 문화센터에서 선명상 수업을 접했습니다. 명상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적인 연구 결과를 믿고 그 체험을 해봄으로써 심리학 연구자로서 인간의 자기인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겼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네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에 부합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행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심리학자가 대다수였다고 해요. 명상 훈련을 접한 저자는 동양 철학을 공부하며 어떤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혼자사 일이나 삶에 대한 문제들을 생각하며 쓸데없이 나쁜 생각에 갇힌 것이 문제인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온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불안하고 부정적인 정서들을 가지게 오게 된 점이죠. 책에서는 자기 인식에 대한 단점, '자아의 저주'를 연구하며 이를 벗어난 방법도 알려줍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 기운과 상반된 자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나를 더 많이 알아갈수록 그런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네요.
때마침 우연히 살펴본 MBC 예능 프로그램 <호적 메이트>에 출연한 유도 국가대표 쌍둥이 형제들이 마음 수양을 위해 경주 어느 사철에 들렀던 회차를 보게 되었어요. 화가 많은 이들에게 스님은 '하심(下心)'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시죠.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 겸손하게 갖는 것."
원불교대사전에 적힌 '하심'의 정의를 읊조려 봅니다. 비록 제가 믿는 종교는 다르지만,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방법도 수많은 방법이 있었네요. 성당에서의 미사 시간 중 영성체를 모신 후 눈을 감고 짧게 기도드리는 시간도 일종의 명상시간이었을까요. 하루에 해야 할 요가 동작을 다 취한 후, 그 자리에 누워 몇 분간 눈을 감는 시간도 명상의 시간이었을까요. 돌아보니 이 시간들은 제가 있는 자리에서의 공간 개념을 잠시 이탈한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죠.
알고 싶었던 명상에 대한 여러 갈래의 길을 알아가는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회사에 몸담은 시간에는 나를 더 들여다볼 여유가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달에 주어진 시간을 통해 제대로 나를 알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달에 배운 명상을 통해 더 잘하고 싶었던 지난 출근길의 욕망을 알아채고, 다음 출근길에서는 조급하지 않고 평안히 일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