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계절이 지나 후회
손잡고 싶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을 정도로 손을 잡고 싶다. 널 다시 만난다면 난 손부터 잡을 것이고 다음에 눈을 바라보겠다. 날씨가 덥다고 빼지 않을 것이다. 땀이 찬다고 풀지 않을 것이다. 너의 깍지 사이사이가 너무나 깊은 협곡이 되어 차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린 현실이 사무치게 그립다. 너와 만든 모든 이야기를 다 지운 줄 알았는데 사진첩 모서리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10초짜리 영상에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를 듣고 난 아직도 그 영상을 지우지 못해 산다.
언제나 잡을 줄 알았고 항상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나의 오만에 믿지도 않는 신들을 한자리에 모아 하소연한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 봄·여름·가을·겨울의 반복 속에서 너라는 존재가 봄은 벚꽃처럼 여름은 태양처럼 가을은 단풍처럼 겨울은 눈처럼 올 줄 알았던 나의 거드름에 난 여름에 눈을 맞고 겨울에 땀을 흘린다.
그날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린 지금 손을 잡고 서울의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을까.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그날의 선택을 번복할까. 그날 이후의 나를 버리고 너를 선택한다면 넌 받아줄까. 나의 후회가 하늘에 닿아 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활짝 웃으며 너의 가녀린 손을 잡고 말해주겠다.
“네가 없는 세상에 잠깐 살아봤어. 꽤 좋았거든? 바다도 있고 1년 내내 따뜻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코미디영화의 웃긴 장면을 보다 울었고 맛있는 밥을 먹다 울었고 게임을 하다 울어 고장 난 나를 봤어. 근데 너를 보니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