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없는 내 방이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더위에 주인을 밀어냈다. 서향으로 난 창이 오후에 제대로 햇빛을 방 안으로 안내를 하는 시각, 창문을 열면 습식 사우나, 창문을 닫으면 건조 사우나가 된다. 겨울의 끄트머리에 이사를 와 오후 내내 방 안을 따뜻하게 품는 이 서향 창문에 얼마나 감격했던가. 해가 비쳐도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는 내게 준은 친히 블라인드를 내려주기도 했다.
‘준아, 고맙다만, 어떻게 이런 은혜로운 햇빛을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막을 수가 있어. 축복을 거부하면 나중에 벌 받아.’
그렇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중이리라, 축복을 거부해서 이 벌을 받는 것이리라.
처음에는 죄로 알고 달게 받겠다는 마음이 이틀 만에 탈출로 전향했다. 30도가 넘는 바깥온도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준이가 친절하게 자기 방에서 엄마 책상으로 가져다준 작은 선풍기의 고개를 수그리게 했다. 주인님, 제 능력은 이것밖에 안 되옵니다. 그래, 선풍기야. 나랑 같이 피난을 가자. 네가 녹아 없어지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일단은 살고 보자.
나는 여름 동안 준이 방 준이 책상 한쪽을 세내기로 결심했다. 준이가 없는 사이 노트북을 옮기고 집에 들어온 준에게 사정했다.
“준아, 엄마 너~무 더워서 쓰러지는 줄 알았어. 한 달만 엄마 네 책상 좀 쓸게. 진짜 깨끗하게, 봐봐, 여기 한쪽만 쓰는 거야. 네가 싫으면 봉이 방으로 갈게.”
책상이 지저분한 걸 못 보는 준에게 꽤 큰 면적을 차지하는 노트북이 곱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 가장 염려되었다. 마음 넓은 준은 마뜩잖은 얼굴이었지만 매섭게 내치지는 않았다.
“아냐. 그냥 써.”
고마워, 준~~.
나의 더부살이는 한 달을 훌쩍 넘었다. 7월 중순 이후 세들었는데 방학이 끝나는 8월 말까지 동일한 생활이 반복되니 제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제, 개학을 앞두고 책가방을 챙기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이제 돌아가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준아, 엄마 이제 돌아갈게. 그동안 고마웠어. 내일부터는 엄마 방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준은 이렇다저렇다 말 없이 노트북이 떠난 자리를 보더니 예전의 책상처럼 깔끔하게 치우기 시작한다.
“준, 엄마가 방세 낼게.”
그동안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 주인에게 이렇다 할 보상을 하지 않은 것이 갑자기 미안해져 얼른 말한다.
“방세는 됐고, 나 나가면 책상 깨끗하게 닦아 줘.”
“그럼그럼, 당근 깨끗이 닦아야지.”
나는 얼른 대답한다.
오늘 다시 내 방 내 책상에서 노트북 작업 개시를 하기 전 준이 책상도 닦고 내 책상도 닦는다. 준이 책상은 깨끗해져 보기 좋고, 내 책상은 주인 없이 휑뎅그렁했는데 이제 좀 사람 사는 방으로 보인다. 알맞게 오늘은 비가 내리니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어 참 좋다.
내 방에 돌아오니 아이들 개학으로 어떻게 지낼까 고민했던 문제의 답이 나온 듯하다. 이제 나의 방도 개학이다. 오늘은 첫날이니 가볍게 몸풀기를 하면서 점심 고민이나 하자. 개학은 급식이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