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괴담(2)
이 회사에는 가끔, 아니 종종 이런 괴담이 돈다.
<지저분하게 퇴사했네. 그래도 Y씨보다는 낫지.>
더 최악의 상황은 Y씨가 퇴사하고 나서 벌어졌다.
그가 했던 분기별 업무를 할 시기가 다가왔는데, 우리 팀 중 그 누구도 해당 업무를 인수받지 못했다!
결국 또 내가 떠안았고, 퇴사자 Y씨에게 갠톡을 보내 물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있다는 핑계로… 오전에 카톡을 보내면 저녁 7시쯤에야 답장을 하고, 전화통화를 걸어도 절대 받지 않고, 문자 답장도 사치.
얼마나 마감 기한에 임박해서 급하고, 그래서 이 자에게 빡쳤었냐면-
출근하자마자 전화, 점심 먹고나서 전화, 저녁 시간에 전화, 중간중간 문자와 카톡 ..
이정도면 징해서라도 답장해주겠건만…(그가 자기 업무를 안 알려주고 떠난거니 이렇게 연락해도 그로서는 할말이 없을거다.)
그러다 결국 늦은 퇴근시간에 Y씨에게서 답장이 왔고, 나는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뭐라고 왔냐고?
그냥,
대상자 리스트 작업해서 평소 하듯이 지급하면 돼요~
그러니까… 그 <대상자 리스트 작업>이랑 <복지권 지급>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물은 건데! 대답이 왜 동문서답인 것인가.
계속 질문하는 나에게(당연하다, 나는 이 업무를 해본 적도, 본 적도 없기에 아예 모른다.) 몇년 전 이 작업을 했던 직원이 다른 팀에 있으니 그에게 가서 물으라는 것이었다!
대충격과 황당함의 연속…
결국 나는 다음날 다른 팀 직원분에게 찾아가 방벚을 여쭸다. 그분도 이 작업을 거의 2-3년 전에 하셨었고, 그분은 퇴사자A씨에게, A씨는 진상 퇴사자 Y씨에게 넘긴 것이다. 결국 중간에 빵꾸났던 업무를 내가 메꾸긴 했다.
이 일 이후로 나는 그가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도 징하게 야근한다는 소문을 건너 들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소문을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우리팀에 새로운 직원들이 여럿 들어오고 난 후에도 Y씨, 그의 이름이 괴담처럼 퍼졌다.
“이 일.. 작업 누가 했던 거예요?”
“Y씨요.”
“아… 하.“
그의 이름 석 자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지저분하고, 히스토리 정리가 하나도 안돼있는 그런 상황이.
우리 모두 아름답게 퇴사합시다.
- 사실 나도 깽판치고 퇴사할까 고민했지만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