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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겪은 최악의 인수인계는?

인수인계, 왜 중요할까? (1)

by 이여름

나는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인수인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던 것처럼, 업무 매뉴얼 파일이 있고, 함께 동행하며 업무를 익히는 식의 인수인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입사 후 6개월 동안 무려 4명이 퇴사했다.

그 중 내가 전달받은 인수인계는 오직 구두였다.

파일은? 단 하나뿐.
나보다 앞서 퇴사한 직원이 남겨놓은 유일한 인수인계 '파일'이었다.


대부분은 이렇게 진행됐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옆으로 가고, 상대는 구두로만 설명해준다.
나는 그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는다.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반복적이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인수인계가 문서화될 필요가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당시 퇴사자가 한 명 있었는데, 일정이 급하게 잡히면서 인수인계가 빠듯하게 진행됐다(2주도 안 남기고 퇴사 통보하게 된 상황).
덕분에 나는 단 이틀 만에 전 업무를 인계받게 됐다.
오전엔 급히 내 업무를 정리하고, 점심부터 밤까지 인수인계만 받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해당 퇴사자가 하던 분기별 주요 업무를 팀 누구도 인계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 업무까지 내가 맡게 되었고,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던 터라 퇴사자에게 연락을 시도해야 했다.


퇴사자에게 다시 연락하는 건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인수인계는 단순히 '업무 전달'이 아니라 책임의 이전이자, 조직 신뢰의 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인수인계는 결국, 기록의 문제다.
사람은 떠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했던 일이 계속 이어지려면,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게 바로 다음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 이 글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조직에 따라 인수인계 문화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 현장에서 겪은 사례를 통해 ‘기록과 히스토리의 중요성’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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