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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ug 16. 2024

최악의 인수인계, 인수인계 파일은 사치!

인수인계 괴담 (1)

그동안 5-6군데의 회사를 찍먹해본 나.


대학교 졸업 전에 인턴 형식으로 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찍먹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인수인계는 이 A회사에서 처음 겪었는데…


참고로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은 굉장히 체계적인 인수인계였다. 아무래도 드라마/영화 등 매체에서 봐온 게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 몇주 정도 남았을 때부터 파일로 인수인계서를 전달 받고, 퇴사 전이니 모르는 건 물어가며 새 업무를 익히고, 구 담당자가 함께 업무를 봐주고…


하지만 A회사에서는 이런 ‘아름다운 인수인계’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입사하고부터 6개월동안 총 4명의 퇴사를 겪으며 배운 것은 ‘가라로 인수인계 받기’였다.


그나마 내가 입사하기 전에 퇴사한 딱 한명의 직원이 만들어놓은 인수인계서, 그것만이 유일한 인수인계 ‘파일’이었다.


그렇다면 다들 어떻게 인계해줬을까?


그냥 다들 자기 자리로 컴퓨터 들고 와서 보라고 했다. 그럼 나는 노트북을 들고 그 사람 옆자리로 가거나 회의실에 들어간다. 그럼 인계자는 ’오직 구두‘로만 인계를 해준다. 그럼 나는 그걸 놓칠세라 열심히 구글에 적는다(구글이 자동 저장되니 그게 편했다).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만들 생각도 없었던 듯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인계해주는 경우도 매한가지다. 파일을 전달받은 사람이 팀원 4명(나 포함) 중에 아무도 없었다.


그 중 한 명(Y씨)의 인수인계가 정말 최악이었고, 이를 직접적으로 겪은 나를 통해 괴담처럼 구전되고 있다.


Y씨는 퇴사 통보 2주도 안되는 시간 동안 인수인계를 급하게 끝내고 튀었다. 줄줄이 퇴사하고 후임자가 안 구해지니 다른 회사로 급하게 이직한 것이다.


급하게 퇴사할 때 정상인의 모습은.. 어쨌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야근을 감수해서라도 인수인계서를 만들어놓고 퇴사하는 것이다(야근이 필수는 아니지만 이것이 상도덕이며,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다른 팀원들/회사가 피해 보면 안되는 것이므로).


하지만 그는 야근이고 뭐고 다 하기 싫었나 보다. 나 어차피 나갈 건데 뭐 어때? 라는 태도의 새신랑이었다ㅡ보통은 인생의 대소사를 앞두고는 안좋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ㅡ.


심지어 내 인수인계는 이틀 만에 다 끝냈다. 그것도 이틀 full로! 덕분에 나는 오전에 급하게 업무를 쳐내고 점심부터는 계속 인수인계만 받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때가 최악인 줄 알았는데…

최악의 상황은 오히려 그가 퇴사하고 나서 벌어졌다.


사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나머지 3명에게도 계속 인계해줘야 했다. 게다가 마지막까지도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리에 거의 없었고, 업무를 같이 봐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다가 나는 팀 막내였어서 가장 마지막에 인계 받았다. 자잘한 상시 업무는 내가 가장 많았는데 연차가 제일 낮아 선배들 스케줄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내 의견은 없었다).


결국 그는 내 인수인계를 끝으로 다음날 바로 퇴사했다.

나는 곧장 그가 하던 업무를 맡았다. 초반의 정신없음도 잠시, 금방 업무가 익숙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그가 했던 분기별 업무를 할 시기가 다가왔는데, 우리 팀 중 그 누구도 해당 업무를 인수받지 못한 것이다!


하물며 나 또한…


분기마다 해당인을 선별하여 복지를 지급해야 되는데 그 방법을 명확히 아는 자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내가 하던 업무와 가장 유사했기에 내가 또! 떠안았고, 결국 퇴사자 Y씨에게 갠톡을 보내 물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있다는 핑계로… 오전에 카톡을 보내면 저녁 7시쯤에야 답장을 하고, 전화통화를 걸어도 절대 받지 않고, 문자 답장도 사치.


그에게 연락을 하길 2주 째…

Y씨에게서 답장이 왔고, 나는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의 답장은…


인수인계 괴담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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