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했습니다 (2)
오전 중,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다시 콜백하려던 찰나,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카톡 알림이 떴다.
'ㅇㅇ님, 저 ##회사 XX입니다. ~ 때문에 연락 드렸어요...'
퇴사 후 연락오는 후임자, 어떤가요?
내가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 전임자 세 명으로부터 약 일주일 간의 각기 다른 인수인계를 받고 바로 업무를 시작했었다. 일주일 만에 어떻게 일을 다 배우고 익히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참고로 전임자1은 내가 입사 두달 전에 이미 퇴사했었고(완벽한 인수인계 파일을 만들어놓고 퇴사)
전임자2로부터 받은 업무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며
전임자3은 일주일 안되는 시간 동안 내 옆에서 직접 인수인계 해주고 일도 같이 봐줬었다.
처음엔 전임자1과 3의 태도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고마워하긴 했지만).
하지만 또다른 퇴사자와 인수인계를 겪고 나며 깨달았다.
세상엔 당연한 게 없다.
물론 제대로 일 마무리하고 퇴사하는 게 원리원칙이지만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 다르기도 할 터).
예를 들면
- 급하게 퇴사하며 인수인계 대충 해주는 사람 : 표면적으로 인수인계를 하긴 했어서 문제 삼기 애매
- 퇴사 전부터 슬슬 일 뭉개는 사람 : 본인이 분기별로 해야 할 업무인데, 퇴사하는 당사자만 그 업무에 대해 알고 있음. 문의가 따로 들어오지 않아 팀원들이 '그일 어떻게 했어요?'라고 이의제기 하지 않는다면, 일이 뭉개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게 태반
- 중요메일 다 포워딩 안해준 사람 : 주고받았다는 '그' 메일이 아무에게도 없어서(당사자들 모두가 퇴사했던 상황이 있음) 전에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히스토리 복원이 안됨
대충 이런 일이 있는데, 이외에도 더 심각한 일을 겪은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깔끔하게 퇴사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하게 여기자'라는 마음을 항상 새기는 건 좋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사실 나도 입사 초반엔 내 후임자처럼 전임자에게 몇번 연락했다.
웬만하면 퇴사자에겐 연락 안하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전임자3에게 2,3번 연락한 적이 있었다.
정말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다ㅠㅠ라는 마음으로 연락했는데
퇴사 후 내가 연락을 받아보니 전임자3, 역시나 그는 천사가 맞았다.
심지어 내가 후임자에게 받은 연락은 충분히 그로써는 할 수 있을 만한 고민이었고,
내가 아무리 인수인계서를 완벽히 적어줬다 해도 모든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썼을 리가 만무하다(대처법은 담당자가 일하면서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므로).
게다가 내 핸드폰 계정으로 반드시 인증해서 인증번호를 알아야 한다거나- 그런 경우라면 부득이 연락주는 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퇴사자가 되어보니-
당연한 걸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하기가 힘들고
당연한 걸 물어도 귀찮다 라는 마음이 드는 게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Y씨처럼 하루 지나서 답하고 읽씹하는 등
타인의 시간낭비는 하지 말아야지 를 뇌에 빡세게 세긴다..
후임자는 죄가 없으니까요,
후임자에게 그래도 친절합시다.
(물론 후임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